글스기 내공 키우기 ... 조정래

feat. 황석영, 찰스 핸디

by 별들의강


1.

조정래 작가가 등단 50주년(2020년)을 맞아 쓴 글이다.

독자 질문을 받고 작가가 답하는 형식이다.

'글쓰기 50년'이면, 글쓰기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좋은 가르침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글쓰기에 어떤 도움이 있을까 싶어 ‘빠르게’ 읽었다.

이 책과 함께 등단 40주년을 맞아 낸 <황홀한 글감옥>도 읽기를 추천한다.


2.

글쓰기의 최강 비법은 이것이다.

중국 송나라 시대의 문인 구양수로부터 조정래 작가에 이르도록

이어지고 이어지며 충분히 검증된 내용.

작가는 문학을 길 없는 길이라 밝히며 이 길을 여는 법을 소개했다.


문학, 길 없는 길


읽고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쓰고 쓰고 또 쓰면

열리는 길


다독, 다작, 다상량의 삼다(三多)는

작가가 <황홀한 글감옥>을 통해 충분히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무엇을 더 강조해야 하는지 작가가 귀뜸한다.

그것이 글쓰기의 핵심 노하우라 말한다.


3.

문학적 재능을 판별하는 방법도 흥미로웠다.

작가는 이것을 ‘자기 객관화하기’라 말한다.


첫째, 누가 시키는 것이 아니고 배고픔처럼, 목마름처럼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동해야 합니다.

둘째, 그 어떤 계기로든 글을 쓸 때마다 남다른 생각과 특이한 발상이 일어나야 합니다.

셋째, 같은 소재와 주제로 두 번, 세 번 글을 쓰는데도 각기 색다르고 특출나게 써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넷째, 일기를 날마다 대학노트 한 장씩(2페이지) 써나갈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들을 읽고 감동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감동이 크기 때문에 세계적인 작품이 된 것이니까요. 그런데 감동받은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가령, ‘허, 아주 잘 썼네. 그런데 말야…, 그걸 그런 방법 말고, 다르게 쓸 수도 있잖아? 나도 새로 쓸 수 있겠는데….) 이런 '독후감'이 있는가.


작가는 이 다섯 가지를 다 갖췄다고 '확인되면' 망설이지 말고 작가의 길로 뛰어들라고 제안한다.

동시에, 그는 이것이 작가의 성공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고 밝힌다.


4.

지금의 조정래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너무 당연하고 단순해서 ‘에게~~’할 수 있겠으나,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치열하게 살아온 작가의 길을 그의 글과 삶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저를 만들어낸 것은 노력입니다.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라는 진부한 말은 역시 영원히 빛나는 금언입니다. 스스로 발견한 재능 다음에 하나 더 더해야 할 것이 바라 이 노력입니다. 재능+노력+( )가 남았습니다. 하나가 더 더해져야 완전한 문학 인생이 됩니다.


노력을 이기는 재능은 없다.

노력 없는 재능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과 같다.


5.

저 괄호 속 힌트는 무엇일까.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깊이 고개 숙였다.


예술은 먼 영혼끼리 교감하는 감동을 창조하는 영혼농사입니다.


혼자 있을수록 더 강력한 폭발력으로 발화하는 영감 속에서 뜨겁게 불붙어 오르는 예술혼으로 감동적인 작품을 창조해 내는 그 생활을 한 단어로 줄여 말하자면 독거(獨居)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독거를 즐기고, 그 독거 속에서 창작의 황홀경에 취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은 바로 참다운 예술가이고,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예술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결론에 도달해 있는 것 같습니다. 완전한 문학인생을 위하여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건 중에 하나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무엇을 채워야 하겠습니까.


‘재능+노력+독거


귀하가 문학의 길을 가야 할지 어쩔지는 귀하만이 결정할 수 있는 귀하의 특권입니다.


6.

나에게 도움을 준 한마디 가운데 이 말도 깊이 다가왔다.

백 번 천 번 지당한 말씀이다.


퇴고를 하면 글은 반드시 좋아집니다. (중략)

퇴고에 회의를 갖지 마십시오. 그건 자기 객관화의 엄숙한 작업입니다.


퇴고에 대한 내 생각도 이렇다.

나에게 퇴고란, "시간이 말해주는 문장의 진실을 다시 듣는 일"


7.

문학이란 무엇인가?

해물 파전과 막걸리의 낭만인가,

억척같이 살아가는 시민들의 닳아 빠진 구두창인가,

소화와 정하섭이 나누는 애틋한 마음인가,

흉측한 벌레로 변해버린 어느 날 아침인가.


그에게 문학은 당위이다.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


8.

작가의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


작가에게 가장 큰 보람은 딱 한 가지가 있습니다. 자기 작품이 많고 많은 독자들에게 계속 읽혀지는 것입니다. 그 계속이 10년이 가고, 100년이 가고, 1,000년이 가는 것…… 작가의 욕심이란 이렇게 터무니없습니다.


위화의 이 말도 생각난다.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 명이 읽으면 천 개의 작품이 되고…… 만 명이 읽으면….”


이게 작가의 보람이자 욕심이다.


9.

작가는 모든 예술가라고 하지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예술이라 생각하는 나에게는 이렇게 읽힌다.

모든 창작자의 절대 명제란…


모든 예술가들에게 주어진 공통된 하나의 절대 명제가 있습니다. ‘모든 작품은 새로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것들에 ‘창작품’이라는 특별한 명칭을 부여한 것입니다. 기계로 찍어내는 숱한 공산품에는 붙여지지 않는 이름이지요.


그래서 삶의 예술가들, 자신들의 작품을 위해서는 오로지 한 길뿐이다.


예술의 길은 감상도 낭만도 아니고 치열한 노력과 연마의 길일뿐입니다.


10.

아무리 치열해도 인생은 늘 어긋나기 마련이다.

그게 또 인생이다.


인생이란 때때로 더듬거리고 멈칫거리고 두리번거리고 비틀거리고 허둥거리며 홀로 걸어가는 길이다.


그럴 때마다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는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작가가 추천하는 여행지,

제주도의 푸른 밤은 군산의 푸른 밤과 얼마나 다른지 한번은 봐야는데.


100번 가도 좋은 곳으로 저는 두 군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국외: 프랑스 파리, 국내: 제주도


11.

올해로 82세인 작가의 전투력에 박수를 보낸다.

동시에 인공지능 AI 앞에 도달한 우리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저는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태백산맥>을 쓰려 했을 때 텔레비전 다이얼이 리모컨으로 바뀌어 사람들은 그 편리함에 실려 텔레비전 재미에 더욱 더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저는 리모컨과의 싸움에 나섰던 것입니다. 그때처럼 저는 다음 작품을 쓸 때는 스마트폰과 싸울 작정을 하고 있습니다.


12.

젊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작가는 짧게 네 가지를 권했다.

그의 당부가 마음에 확 와닿는다.

날마다 하라는 그것을 하다보면 나머지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하니, 청춘이여!

그대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드시라.


젊은이에게 전하는 네 가지 당부


그대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으면 그저 불평불만만 하지 말고,

첫째, 90퍼센트 이상 투표하라.

둘째, 시민단체 활동을 전개하라.

셋째, 하루 10페이지씩이라도 날마다 책을 읽어라.

넷째, 스마트폰에 빠지지 마라.


한길문고


13.

그런 날이 있다.

갑자기 서점에 가고 싶은 날.

오늘도 '한길문고'에 들렀다.

점심 전이라 그런지 서점은 한가했고

직원들은 분주했고,

독서모임이 한창인지 박수 소리도 들린다.


계획은 두 권 가운데 한 권만 들고 나오기.


황석영의 <할매>

찰스 핸디의 <아흔에 바라본 삶>


<할매>는 군산 배경이고 작가가 황석영이고

<아흔~>은 글쓴이가 찰스 핸디이고 원래 팬이고...

기본 선택은 <아흔~>이어야 했다.


문학 글이 아닌 생활 글을 쓰려는 나에게

찰스 핸디는 언제나 좋은 스승이기 때문이다.

1932년생 그가 어느덧 아흔을 넘었다니

반드시 구입해서 꼭 읽어야 할 책이었다.


조정래 작가의 80 내공,

찰스 핸디의 90 내공,

책 읽기란 이렇게 고수들의 초식을 하나 둘 몸에 익히는 연마의 기술이다.


결국 두 권 다 사고 말았다.


읽어야 할 책은 넘치고 시간은 부족하다.


술도 마셔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돈 벌러도 나가야 하고,

탁구도 쳐야 하고... 할 일 많은 12월이다.


이런 나에게 작가 조정래는 말한다.


-치열하게 읽어야 쓸 수 있다.

-늦을수록 치열하게

-언제나 새롭게, 다르게...


한 독자가 조정래 작가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드높은 위치를 확보하게 되셨나요?"


첫째, 저는 평생에 걸쳐 오로지 글쓰기만을 생각했고, 글 쓰는 일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둘째, 저는 죽기를 각오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재능을 믿지 않고 자신의 노력만 믿었다)

셋째, 남(평론가들)이 지적하는 결점은 반드시 고쳐나갔습니다.

넷째, 수긍이 되고 도움이 된 명언이나 잠언들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 실천해 나갔습니다.




-조정래, 홀로 쓰고 함께 살다

-황석영, 할매

-찰스 핸디, 아흔에 바라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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