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은 시간
그러나 이미 마련되어 있는 자리
촛불과 침묵, 기도와 노래
환대를 준비하는 전야
모두는 기다림을 견디는 밤을 보낸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일이 반드시 올 것임을 믿기에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살아내는 밤을 보낸다
이 밤에는 희망도 절망도 없다
비는 내리지 않았고,
바람은 불지 않았다
구름은 멈추었고,
별빛은 흐리다
아무것도 흔들지 않는 고요
그러나 아무 일도 없을 수 없는 밤
더는 이전의 방식으로 살 수 없다는 예감이
집안 가득,
말없이 번져간다
하늘은 낮게 내려왔고 공기는 잔잔하다
먼 곳에서 낮은 울림 하나가 창유리를 더듬는다
아직 폭풍은 오지 않았고, 아침은 멀었다
동이 트고 새벽이 와도 나의 전야는 끝나지 않았다
폭풍우가 들이닥치기 전의 밤이 있고
삶의 전야가 있고
성탄에도 전야가 있다.
이 밤을 건너는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