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신고 달려가듯 봄 맞으러 가야지

by 별들의강


어제는 정말 우중충했다.

이웃님 댓글에도 심정을 전했다.


“봄비가 장마처럼 진하네요.

바람이 세차고 파도는 높아요….”


그런데 오늘은 완전 화창하다.

거실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눈부시다.


저 빛의 힘으로

우울과 미련과 아쉬움과 미움을 걷어내고,

오늘을 희망과 기도로 씩씩하게 살아야겠다.


게으른 글쓰기 탓에

반납하지 못한 책들을 들고 도서관까지 걸어야겠다.


직원에게 건네며 대출 정지 기일이 2일임을 힘주어 변호해야겠다.

그래야 목요일에 읽고 싶은 책을 빌려올 수 있다.

이렇게라도 착착착 맞아떨어지는 소소한 순간을 은근히 바래 본다.


이번에도 하루키를 고를 것이고,

처음으로 그의 소설에 도전해 볼 참이다.

첫 느낌이 좋기를 바란다.

그래야 끝까지 읽을 수 있다.


도서관까지 걸어가듯

알바하는 데까지도 천천히 걸어야겠다.


단골 같은 엄마밥상을 지나

새로 지은 일흥옥에서 옛 추억을 꺼내 보고

진짜 단골 가게 다양이 문을 열었는지 슬쩍 쳐다보고

항도 호텔이 문을 닫았는지 살펴보다

이성당 빵 굽는 냄새가 마음을 콩콩 두드리면


서둘러 발길을 재촉해 바람처럼~

아니, 바람을 신고 달려가는 어느 시인처럼 탈주를 꿈꿔야지.

노래처럼 하얗게 핀 들녘으로 당신과 둘이서 봄 맞으러 가야지.

그렇게 봄 맞으러 가야지.




올해도 어김없이 봄을 말하는 순간,

김윤아를 부르게 되어 기쁘다.


봄마다 그녀의 노래를 얼마나 틀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 그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다행이고 고맙다.


오늘은 정월대보름이다.

누님이 정성스럽게 지어낸 찰밥을 김에 싸 먹고,

고사리를 먹으면 다리가 정정해진다는 엄마의 말을 들으며,

귀밝이술 한 잔, 밥 한 술, 아욱국 한번,

호두를 깨트리며 부정한 것들이여 모두 사라지라 외친다.


오늘은 하늘이 맑으니

둥그런 달을 보며 작은 소원하나 빌어야겠다.


하늘이시여, 이 소원 이루어지게 도우소서.


그렇게 기도하고 희망하고 바람을 신고,

나는 나의 봄으로 달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