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지 않는 길

by 별들의강



희망하고 기도하고 설레며 기다리는 봄에
내가 생각하는 세상과 실제 세상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 탓일까.

어제 탁구장에서 보낸 여섯 시간 때문일까.


어깨도, 허벅지 앞쪽(?)도 뻑뻑하고 머리마저 몽롱하더니

지금 책상에서 한 시간 넘게 연신 꾸벅꾸벅 머리를 떨구고 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엉덩이 깔고 앉아 있어 봐야 달라질 게 없다.

산책이나 가자.


집 근처에 이런 산책길이 있다.

크지도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지만

소박한 쪽길 같은 길.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길이 좋다.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지시하지 않는 길,

걷는 이에게 그저 모든 걸 열어 두는 길,

코리아둘레길 지킴이를 하며 걸었던 정해진 길과는 전혀 다른 길.

이런 길이 더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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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손보며 안내문도 정리했으리라 생각했는데 엉망이다.

여기저기 늘어놓고, 구석에 밀어 두고, 나 몰라라 그런다.

안내문은 새로운 읽기 자료다.


사진으로 가끔 올리는 군산 내항의 ‘부잔교’를 읽어보자.


“전북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뜬봉샘에서 시작된 물이

도 경계를 휘돌아 천리를 흐르다가 서해에 짠물과 만나는 곳

금강하구에 군산 내항이 있다.


간만의 차는 7~8미터.

썰물 때는 시커먼 갯벌이 민낯을 드러내는데

그때마다 농게, 방게들의 놀이터가 된다.


개항과 함께 시작된 축항공사로 축대를 쌓았고

밀썰물의 차를 극복하기 위한 뜬다리(부잔교)가 만들어졌다.


기차와 달구지에 바리바리 실려 온

쌀가마들,

더 빨리 실어가려고 밤낮으로 바빴다.

물높이에 따라 자동으로 오르내렸던 뜬다리는

지금도 수탈의 현장을 기억한 채 그 자리에 서 있다.”

(해돋이공원 주변 안내문)


뜬봉샘에는 어떤 발원문이 붙어 있을까 궁금해진다.


잠시 명산동 유곽 이야기도 읽고

정주사가 오갔던 콩나물고개 사연도 들어 본다.


그러는 사이


새순이 돋고,

매실꽃이 피고,

개불알꽃도 피었다.

그 꽃말이 ‘기쁜 소식’이라니 그것만으로도 반갑다.


꼬질꼬질하고 꿀꿀한 기분을 걷어내는 데는

30분의 나들이면 충분하다.


다만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땅꽃들이 고개를 내미는 봄날에는

땅을 밟기가 미안해진다.


그러니 미안한 마음으로 걸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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