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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미아 Aug 25. 2018

아이폰이 갤럭시보다 좋은 7가지 이유

프로 뒷북녀의 인생 첫 애플 감격담

딱 일주일 전에 아이폰을 샀다. 생애 최초 아이폰이다. 나는 평소 트렌드에 무심한 편이고,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을 보면 ‘흥 유난스럽기는' 하며 내심 비웃는다. 그런데 남들 다 하는 그것을 십년 후에 결국 한다. 그리고 되게 좋아한다. 드라마도 한창 유행일 때는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한 두해 지나서 너무 재밌어서 입을 틀어막고 본다. 혼자 잘난 척하다 완전 뒷북치는 스타일이다.


아이폰도 그런 케이스인 것 같은데... 너무 좋아 죽겠다! 일주일 내내 아이폰만 들여다 보고 있다. 사자마자 폰에 세로줄이 가서 AS센터를 갔고, 수술하러 들어간 자식 기다리듯 종일을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새 기계로 교체 받고서, 너무 소중해서 손에 꼭 쥐었다.


갤럭시를 쓰면서 나는 한 번도 불만을 느낀 적이 없다. 불편한 적 없었고, 온갖 군데에 수백 번을 떨어뜨렸어도 모서리에 조금 금간 게 전부일만큼 튼튼한 기기였다.


하지만 핸드폰 때문에 기분이 좋은 적도 없었다. 없어지는 건 너무 싫지만, 그렇다고 막 너무 소중하지도 않았다. 갤럭시로 처음 스마트폰을 구매한 건 남들이 다 ‘카톡’이니 뭐니 할 때 나 홀로 2G라는 섬에 살기는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산 속에 갤2를 잃어 버렸을 때도 아무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이 아이폰은 그냥 쥐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다가, 혹시나 이 소중한 친구디 떨어져 다칠까 가방 깊숙히 고쳐 넣는다. 액정이 나가거나 잃어 버리는 상상을 하면 벌써 괴롭다.


얘가 내 손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좋고, 화면이 은은한 것도 좋다. 아이콘을 옮기려고 꾸욱 누르니 얘들이 부들부들 떤다. 귀여워!!


사파리 브라우저가 글만 볼 수 있게 광고를 가려주는 것도 좋고, 이것저것 꼬물꼬물 커스터마이즈 하는 재미도 좋다.갤럭시의 수많은 기능은 나와 숨바꼭질 하면서 찾지 않을 곳에 숨어 있는 것 같다면 아이폰의 기능들은 나를 수줍게 초대하는 느낌이랄까? 초대하는데 어찌 문을 두들기지 않겠는가! 기계 따위가 그 어느 닝겐보다 더 나한테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세상 누가 이토록 내 비위를 맞추려 애를 쓰겠는가!


뭐니뭐니 해도 이 폰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카메라다. 나는 심심하면 습관처럼 셀카를 들이대는데 참 찍을 맛 난다. 갤럭시는 뭐랄까, 기본 카메라가 셀카모드에서 이미 자체 보정을 너무 해줘서 내가 앱을 써서 필터를 넣으면 과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폰은 기본 카메라가 되게 사실적이면서도 색감이 따뜻하다. 그냥 찍어도 느낌이 좋은데, 필터를 씌우면 진짜...... 안 그래도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짙은 마당에 하루 종일 화면 속 내 얼굴만 들여다 보고 있다. 카메라 렌즈에 빠져 죽을 지경이다. 안드로이드에선 접근할 수 없었던 그 말로만 듣던 앱들을 다운 받고 써 보니, 그냥 액세스 권한이 생겼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폰이 정말, 예쁘다. 외관도 예쁘지만, 내면도 사랑스럽다. 폰트도 귀엽고, 둥글둥글한 아이콘도 귀엽다. 똑같은 '건강' 앱에 똑같이 하트가 있는데, 아이폰의 하트는 귀엽다. 단순하면서도, 모든 곳의 사소한 디테일이 특유의 감성을 만든다.


하도 쥐고 들여다 봤더니 손목이 아프다. 갤5보다 좀 무겁다. 누구 말에, 이런 기쁨이 한 달 정도 간다고. 나 자신 원래 크게 감동하고 또 쉽게 질리시는 분이라 덜 갈지 어떨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지금은 넘 좋당. 핸드폰이 아니라 어렸을 때 갖고 놀던 뷰티 박스 장난감 같다.


너무 새 폰 칭찬을 했더니 왠지 내 구 폰에 마음이 좀 짠해진다. 그래도 정이 많이 들었다. 그 긴 세월 부주의한 주인 밑에서 별 탈 없이 묵묵히 잘 지내 줘서 고맙다. 이 폰 팔면 얼마 나오냐고 했더니 2만 원이라길래 그냥 소중히 갖고 돌아 왔다. 지금 내 책상 서랍 속에 있고,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선 쓸 수도 있다. 죽지 않은 너.


새 폰으로 정보를 옮기면서, 지워서 미련이 남을 정보라는 게 거의 없다는 데 생각이 잠시 머물렀다.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도 소장하지 못해 아쉬울 사진 한 장이 없다. 그런 사진은 이미 인스타든 페북이든 어딘가에 올려 놔서 지워도 상관이 없고, 어차피 찍어 놓고 다시 보지도 않았다. 메시지도, 연락처도 지워지면 불편할 뿐이지, 미련이 남을 무언가는 아니다.


움 사람은 어떨까? 내 곁에서 사라지면 미련이 남을 사람. 그리울 사람이 있을까?


방금 Siri가 대답했다. “우리 사이에 그런 것이 중요한가요?” 그렇지. 너와 나 사이에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 얘 너무 귀엽다. 말귀 진짜 잘 알아 듣는다. 신기해 죽겠다.



p.s.

1) 글 안에 찾아 보면 아이폰 좋은 이유 7가지 정도 됩니다...

2) 참고로 아이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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