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내 나이 곧 마흔.
이십대 이후 내 삶은 죽어라 일한 기억 뿐인데
지금 내게 남은 건 여전히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빚,
미간의 주름, 표정없는 얼굴이다.
인연이 다가오지만
그의 존재가 거울같아
무엇을 해도
나의 작음만 잔인하게 비출 뿐이다.
모든 좋은 말은 다 인사치레 같고,
썬팅된 창문 뒤에서 나의 어리숙함을 관찰하며,
더 계산할 것도 없어 이제 시동을 걸고 떠날 것 같다.
아니, 처음부터 시동을 끈 적이 없었던 건 아닐까.
이래서 내가 앞으로 어떤 관계를 감당할 수 있을까.
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