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여행_3
부산진구 초읍천로에 위치한 부산 삼광사. 1986년 창건한 대한불교 천태종의 제2사찰이다.(@부산진구 홈페이지 참고) 특히나 삼광사는 2012년 CNN이 꼽은 한국의 아름다운 명소 50곳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CNN Travel 홈페이지 참고) 당시에 아름다운 명소로 선정된 곳이 삼광사 외에 49곳이나 더 있다는 말인데, 나에게는 유독 삼광사 앞에 붙은 ‘CNN이 꼽은~’이라는 수식어가 매우 강렬했나 보다. 말이 나온 김에 다른 49곳은 어디인지 살펴봤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시간을 내서 꼭 한 번 가봐야겠다.
저녁 어스름이 내릴 무렵 버스를 타고 삼광사 입구 정류장에 도착했다. 언덕에 빼곡하게 자리 잡은 집들을 지나면 이윽고 곧고 높게 올라갈 준비를 하는 아파트 공사 현장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삼광사다. 연등 축제 기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삼광사 가는 길에는 연등이 달려 있어 길을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삼광사 입구에 위치한 삼광보리밥에서 저녁을 먹었다. 데이트를 온 젊은 커플, 등산을 마치고 온 듯한 할아버지들이 있었다. 그야말로 세대를 아우르는 담백하고 구수한 시골 맛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잠시 후 연등에 불이 탁 켜졌다. 나는 완전히 새까만 하늘보다는 푸르스름한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을 좋아한다. 낮 동안 수고했다고 토닥여주는 느낌이랄까. 푸르스름한 하늘은 이불을 살 덮어주는 느낌이 든다.
약간은 가파른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간다. 연등들은 길 옆, 천장, 건물을 덮고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십이지신 등 갖가지 연등들이 눈부시게 빛나던 입구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저 먼 곳에 있는 세상은 어둠이 덮여 가는데, 환한 이곳은 아직 한낮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반 아닌 등반을 마치니 연등이 만들어낸 절경이 펼쳐졌다.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사진 좌우에 있는 건물이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는 포인트였다. 그 사실을 모른 채 다시 삼광사 입구 쪽으로 내려가면서 이 건물에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사람들로 무척 북적거렸다. 역시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한다.^^
따뜻한 연등 불빛과는 다르게 4월의 삼광사는 쌀쌀했다. 가벼운 코트를 걸치고 갔지만 생각보다 너무 차가운 밤공기로 인해 손이 시렸다. 버스에서 내려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손을 녹였다.
절이기 때문에 정적일 것 같다는 생각과 달리, 연등으로 빛나는 4월의 부산 삼광사는 가족, 연인들과 산책 나온 사람들,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일찍부터 자리 잡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 어떤 절보다 환하고 활기찼던 곳이 아니었나 싶다. 삼광사를 가득 채운 연등들에 달린 모두의 소원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