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시보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iya Mar 18. 2019

세상에서 가장 쉬운 '남의 이야기'

다시보기_1 영화 『완벽한 타인』(2018)

*글 속에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youtu.be/-UWdeFywycs


  우리는 남에 대해 너무나 잘 안다. 그렇기에 남의 이야기는 너무나 쉽다. 남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물론이고 남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도 일명 ‘카더라’라는 동사만 붙이면 쉽게 공유된다. 몇 가지 충분조건들이 있다. 첫 번째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남이 없으면 되고, 두 번째는 그 남에게 냉큼 퍼뜨리는 사람만 없으면 된다. 이렇게 또 하나의 남이 만들어진다.


  남의 이야기는 애석하게도 대개 남을 헐뜯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렇다 보니 남의 이야기를 가리키는 말에서도 부정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술자리에서 하는 남의 이야기를 ‘안줏거리’, 뒤에서 남을 헐뜯는 걸 ‘뒷담화’, 다른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걸 ‘입방아에 오르내리다’고 말한다. 언어에는 사회 문화적 요소가 반영된다는 대전제로 미루어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하는 행위를 옳은 행동으로 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나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만큼 쉽지가 않다. 일반적으로 나의 이야기는 나에게 유리하게 각색되어 발설되는 경향이 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게 나에게 유리할지 불리할지 한 번 더 생각을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는 시험을 앞두고 “공부 많이 못했어요.”라는 말을 많이 했다. 정말 공부를 많이 못해서 말한 적은 몇 번 안 됐고, ‘공부를 많이 했지만 시험에 똑떨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두려움에 이렇게 말했었다.


  이러한 ‘나의 이야기’가 가장 적극적으로 각색되는 곳이 바로 SNS다. 수십 장 비슷한 사진을 찍고 난 뒤 왠지 모르게 감성 터지는 사진, 왠지 모르게 있어 보이는 사진들을 채택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의 모습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으로 편집된다. 그 결과 나는 수려한 풍경을 배경 삼아 휴식을 즐기고,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때론 감성적인 글도 쓸 줄 아는 사람이 된다.


  영화 『완벽한 타인』(2018)은 이처럼 너무나 쉬운 남의 이야기, 숨기고 싶은 나의 이야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탈리아 영화 『Perfetti Sconosciuti(Perfect Strangers)』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속초 출신 다섯 친구들 중 한 명인 석호의 집에 석호를 포함한 네 명의 친구들과 그들의 배우자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던 중 휴대전화로 오는 모든 정보를 공유해보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별 거 아닌 게임으로 생각했던 참여자들은 전화, 문자, SNS 등 손바닥만 한 휴대전화를 통해 속수무책으로 공개되는 숨기고 싶었던 내 모습, 자연스레 퍼뜨렸던 남의 이야기에 소위 말하는 ‘멘붕’에 빠진다.


  저녁식사의 파국이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 영화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서로의 속사정, 비밀은 숨겨져 있다. 그렇지만 모두가 평화롭게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며 헤어진다.


  영화는 결말을 통해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솔직할까? ‘소통’이 우리 사회의 키워드로 등장한 이후 슬그머니 ‘진정한’이라는 수식어가 ‘소통’ 앞에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옛말이 맞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로 취사선택한 내 모습들이 진짜 내 모습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었는데, SNS 시대에 꽤나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던져준 영화였다. 사설이 길었지만 실생활에 바로 접목할 수 있는 교훈은 다섯 글자로 짧게 정리할 수 있겠다. “말조심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