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여행_6
… 어쩌다 보니 싱가포르 …
내가 다니는 회사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가 바로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무실 사정과 다른 직원들의 휴가 및 출장 일정 등은 고려해야 하지만 비싼 성수기 여름휴가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좋다. 그래서 나는 7~8월은 사무실을 지키고, 4~5월이나 10월에 휴가 가는 걸 선호한다. 실제로 2016년과 2018년에는 여름철 오롯이 사무실을 지켰다.
2017년에는 더위에 지쳐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은 일본 북해도(홋카이도)를 갔었다. 당분간 일본에 다시 갈 일은 없겠지만 나의 첫 해외 자유여행지라 우여곡절과 추억이 많은 곳이긴 하다. 당시 한인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분이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들려주고는 “이제 삿포로 맥주를 맛보면 쓸 겁니다.”라고 한 말이 문득 생각난다. 1876년 조선과의 강화도 조약 체결에 앞장선 인물 중 하나가 구로다 기요타카인데 그가 일본으로 돌아가 지은 맥주 양조장이 삿포로 맥주의 출발이라고 한다. 또한 현재 삿포로 맥주가 속해 있는 미쓰이 그룹은 대표적인 전범기업 중 하나다.(@관련 뉴스①, 관련 뉴스②)
2019년 여름도 더위에 지쳐 사무실을 지키거나 우리나라보다 시원한 나라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8월이 임박해서도 계속 휴가 계획을 잡지 못했다. 결국 4월에 이어 또 한 번 패키지로 유럽을 가보자는 결정에 이르렀고, 출발이 확정돼 인솔자까지 배정된 패키지를 예약했다. 그런데 갑자기 취소 인원이 발생해 패키지 최소 출발 인원 기준에 미달됐으며 이 소식에 불안감을 느낀 예약자들이 다른 상품으로 대거 갈아탔다는 것이 아닌가. 2018년 12월 야심 차게 스페인 여행 패키지를 예약했으나 모객이 안 돼 취소됐던 경험이 있어 출발 확정 상품을 찾아 예약했는데 어찌 이런 일이! 여행사에서는 대체 상품을 권유했지만 그 일정들은 모두 휴가를 무리하게 하루 이틀 더 써야 했거나 비행기가 직항이 아니었고, 결국 패키지여행 계획은 무산됐다.
부랴부랴 선택한 여행지가 싱가포르였다. 싱가포르는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잘 사는 북한’이라는 별명, 엄격한 법과 벌금, 우리나라보다 높은 1인당 GDP, 무엇보다도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가진 곳, 자유여행으로 누비기 적당한 작은 면적과 잘 짜인 대중교통, 딱 하나 연중 습한 날씨라는 게 썩 내키지 않았지만 날씨를 제외하곤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나라.
국내 여행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 요즘 유행한다는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로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을 이르는 말)를 즐길까도 싶었다. 하지만 여권에 출입국 도장 한 번 더 찍어보겠다는 마음에다가 조금은 힘들더라도 낯선 땅에서 찾아 헤매는 모험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졌고, 마침 하나투어에서 적당한 에어텔(항공권과 호텔을 여행사를 통해 한 번에 예약하는 것) 상품도 찾았다.
그렇게 나는 8월 10일 토요일부터 8월 13일 화요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싱가포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