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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Jan 26. 2024

03) 론세스비예스-수비리(2023.09)

2023.09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09.16.토


수비리도 흐리다는 말에 한 번 더 동키를 보냈다. 아직 가방을 메고 걷지 않았는데 이렇게 힘들다니. 


캄캄한 이른 새벽 길. 이마에 헤드랜턴을 켜고 걸었다. 밤길을 무서워하는데. 이상하게 이 길이 무섭지 않았다. 어제 극한의 산길을 넘어서인지, 혹시나 날씨가 더 나빠지기 전에 무장정 그냥 일단 걸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 뒤에서 밝게 인사를 건네 보니, 어제 같이 식사했던 대만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백팩을 메고 빠른 걸음으로. 경쾌하게 인사를 건네고 나를 앞서갔다. 


길은 여전히 힘들었고 나는 또 걸음이 느려 뒤쳐졌다. 그리고 또 어제 그 단체를 만났다. 수비리 내려오는 말미에. 전날 비로 길이 미끌러웠고 이미 늦은 우리는 (단체와 나와 또 할아버지 한 분 젊은 여성 한 분) 한 배를 탄 양 서로 굳이 뭐라 말을 건네진 않았지만 잘 오는지 살피며 걸었다. 단체 여행객을 이끄는 가이드 아저씨가 나는 어제 봤다고, 단체 멤버로 같이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다. 


수비리 도착해서는 나도 그들 사진 찍어주고 그도 내 사진을 찍어줬다. 지금 잘 걷고 계시려나. 


숙소는 좋았지만, 룸메는 좀 그랬다…

할많하않……


카미노 길을 걷는 단체 여행객과 같은 방이 되었다. 어제 론세스에서 그 단체였다. 드는 생각은 무례한 사람은 사과하지 않고(그러니까 무례한 거겠지) 무례함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은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단체 가이드 분들과 또 대부분의 여행객분들은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혼자 온 카미노 길에서 불편을 겪게 해서 미안하다고. 


만약 이 길이 짧았다면, 그러니까 7일, 10일 이정도 였다면 좀 화가 났을 것 같았다. 그러나 삼십일 그 이상의 긴 길에서 하루 정도야… 그냥 이런 경험도 있겠거니 하고 넘겼다. 


수비리에는 맑고 아름다운 강이 흐르는데 구경하러 나갔다가 바욘에서 만났던 영국인 부부를 만났다. 같이 식사라도 했으면 했지만, 내가 너무 힘들어 음식이 먹히지 않던 때라… 우리 팜플로냐에서 만나면 식사하자고 하고 보냈다. 그때는 진짜 너무 힘들어서 물 말고는 아무것도 먹히지 않았다. 





캄캄한 새벽 출발, 걷다보면 해가 떴다



날은 맑았지만 전날 내린 비로 길이 진흙탕이었다



수비리 도착해서, 내가 묶은 알베르게



https://maps.app.goo.gl/X5DD1mw76RQsqJhv6


https://maps.app.goo.gl/5iee7gmuut4hBjFc7


https://maps.app.goo.gl/aBfzy4ajGHiawCNz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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