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계속 떠났고, 또 돌아왔을까

2025년을 돌아보며

by 혜리영

2025년을 돌아보면 나는 꽤 자주 흔들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도 나를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1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역할이 생기고 책임이 따라왔다. 연수에서 팀장을 맡았지만 마음은 늘 바빴고 여유는 부족했다. 조금만 더 느긋했더라면 어땠을까, 그 질문은 그때부터 나를 따라다녔다.


봄이 오면서 나는 신앙 안에서 숨을 돌렸다. 일이 힘들수록 전례와 연수 준비 속에서 위로를 받았다.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애쓰는 시간들이 나를 다시 중심으로 데려왔다.


5월의 비질 행사는 오래 남는다. 그날 나는 분명히 충만했다. ‘아, 내가 쓰이고 있구나.’ 다만 그 충만함 속에서도 나는 또 내 몫이 아닌 것까지 끌어안았다. 그게 나의 오래된 습관이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여름이 되자 마음이 달라졌다. 퇴사를 결심했다. 도슨트 데뷔를 마치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도 내 마음은 점점 닫혀 있었다.


불안정해질수록 나는 말이 날카로워졌다. 반복되는 말과 상황 앞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먼저 상처를 줬다. 그리고 늘 뒤늦게 후회했다.


8월, 퇴사 후 첫 면접에서 떨어졌다. 관심 있던 자리였지만 나는 전심을 다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아직 모든 걸 걸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인정했다.


9월, 다시 면접을 봤다.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부족함을 돌아보고 전심으로 임했다.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합격 소식이 왔다. 나는 여전히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 순간 알았다.


하지만 하반기는 또 다른 질문을 남겼다. 사람에 대한 예의, 기본적인 존중. 그 기준이 맞지 않을 때 나는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어디서 멈춰야 할까.


12월, 나는 다시 퇴사를 결정했다.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그런데 한 해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나는 또 나 자신을 몰아세웠다. 말은 날카로워졌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 나왔다.


그때 알았다. 지금은 더 애쓸 때가 아니라 회복이 필요한 시기라는 걸.


2025년의 나는 잘 버티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아무 데서나 버티지 않기로 한 사람이었다.


많이 흔들렸지만 나는 계속 나에게로 돌아오고 있었다. 조금 늦고, 조금 서툴렀을 뿐이다.


이제는 안다. 다음 해에는 더 단단해지기보다 덜 다치며 살아가고 싶다는 것을.


그걸 배운 것만으로도 2025년은 충분히 지나올 가치가 있는 해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재주소년 '굿바이 루프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