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 지금의 내가 토닥토닥

by 혜리영


갑자기 화가 나는 경우는 어떤 때일까. 묵혀둔 자신의 어떤 면이 건드려지면 자기도 모르게, 통제 할 수 없는 화가 나는 것 같다. ‘화’라고

써서 폭력적인 감정으로 읽히지만. 요즘 말로 급발진 하는 성격의 면을 모두 말하는 것이다. 느닷없이 울음이 터지거나, 느닷없이 공격적이거나, 짜증이 일거니, 회피하거나. 평범하게 겪는 감정의 급발진.


나의 묵은 감정 혹은 경험, 기억을 살펴보는 일은 힘든 일이다. 어느 책에선가 봤는데, 시간이 흘러 어느 책인지 기억나지 않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지난 기억을 떠올리면 그때에 상황, 사건만 떠올리는 게 아니라 그때의 감정이나 정서, 스트레스 정도 등도 같이 떠올게 되는 거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퇴근 후에는 회사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업무를 떠올리면 일하는 상태의 정신적 긴장과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아무튼, 얘기가 돌아갔는데 다시 돌아오자면. 지난 일은 그 일을 충분히 느끼고 겪어내야지만 사고적인 경험으로 저장된다. 그것을 올바로 보지 않고 피하거나 묻어둔다면 살아가며 어느 때 갑자기 히든 버튼이 눌려 급발진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회사에서 팀 구성원들 사이에서 작은 감정의 급발진이 있었다. 타인의 상황이라 자세한 말을 쓰긴 어렵지만, 그만큼 격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만땅으로 차올라서 생긴 일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으로서는 언제든,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스트레스가 차 오른 상황에 자신의 버튼이 눌린다면, 지난 묵혀둔 감정이 터져나오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정리하지 못한 묵혀둔 일들이 있으니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나 역시 아직 정리하지 못하고 흘려보낸 지난 일들이 있다. 건강한 자아가 회복되면 그때 열어봐야지 하였지만, 지난 일을 다시 꺼내 지금에 올려두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자신 스스로 그때의 나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어려운 일이라도 이제는 지난 날의 나에게 사과하고 보듬어 줄 때가 온 것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일 글쓰기도 부족하지만 시작했다. 하루하루의 나부터 떠올리며 글을 쓰면, 지난 날의 나에게 좀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또 지금의 나에게도 그날마다 마음을 훌훌 털어내고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나에게 인색해서, 그냥 지나쳐버렸던 지난 날의 나를

지금의 내가 토닥토닥 다독여 줄 수 있다면.


그냥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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