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선선하면 걷고 싶어진다. 특히 4월 말에서 5월 초의 바람은 어디든 또 어디까지든 걷고 싶게 만든다. 아침에 일어나 어떤 기분이었는지 또, 하루를 어떻게 보냈던지. 상관없이 걷고 싶어진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사이로 바람이 갈라 들어오면, 걷고 싶어진다.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폭신 하지도 않은 적당한 신발을 챙겨 신고 나와, 걷고 싶어진다. 어깨에 걸쳐 메는 가방이든 백팩이든, 걷고 싶어진다. 블루투스 이어폰이면 가볍고 선으로 이어진 이어폰이면 경쾌하게, 걷고 싶어진다.
며칠 시달린 마음에 터덜터덜 건물을 나왔다. 퇴근할 때의 마음이 매번 같을 순 없지만, 이렇게 물먹은 솜이불처럼 무겁기만 한 때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건물 입구를 나올 때까지만 해도 만사 귀찮고 건물을 나서면 바로 내 집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음악을 켜고 건물에서 나오는 순간, 바람이 훅 불었다. 마치 누군가 내 얼굴을 향해 '기운내' 하며 훅 입김을 부는 것처럼. 훅~
이 바람을 맞고 어찌 걷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해야할 일은 걷는 것, 훅, 바람을 따라 걷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