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면 나는 자꾸 청바지에 욕심을 낸다. 해가 갈수록 청바지 소재는 새로워진다. 나는 청바지를 좋아한다. 바지 핏, 스타일에 따라 때로는 단정하게 때로는 편안하게 원하는대로 스타일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소재가 까다롭지 않고 편해서 좋아한다. 그렇지만 여름이면 청바지를 입기는 고역이었다. 끈적끈적 장마철이라도 오면, 청바지는 그날 옷차림 선택에 후순위로 밀리곤 했다. 잘못 사면 뻣뻣하기만 하거나 또는 물이 빠지기도 하는 청바지가 여름 장마철에는 여간 피곤한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제는 신소재 청바지가 많이 나와서 계절, 날씨에 상관없이 청바지를 즐길 수 있어 좋다. 그렇다보니 나는 매년 여름이 오면 시원한 소재로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청바지에 욕심을 낸다. 독립해 살고 있는 집에는 TV가 없어서 본가에 가면 나는 TV 앞 죽순이가 되기 일쑤이다. 그중에서 제일 재미있게 보는 것은 홈쇼핑이다. 그렇다고 홈쇼핑에 빠져 물건을 마구 사는 건 아니다. 평소에도 물건을 구입 할 때 3차 관문을 통과해야 사는 편이어서, 홈쇼핑을 보며 해당 물품을 찜해두기는 해도, 바로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홈쇼핑이 재밌는 것은 쉴 새 없는 사운드, 물건 소개의 넉살 등 마치 큰 마트를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기분이 나게 한다.
채널을 돌리다 청바지를 파는 홈쇼핑 채널에서 멈췄다. 여름용 청바지였다. 보통 여름 청바지 3종 세트에는 꼭 흰바지가 있다. 그러나 나는 흰바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늘 홈쇼핑 청바지 상품에서 구입을 망설였는데. 여름 청바지 3종 세트에 흰바지가 없다. 우리가 익히 아는 청바지색으로만 옅은 청바지, 일반 청바지, 짙은 청바지. 이런 구성으로 3종이었다. 어느 바지 하나 버리는 셈 치지 않아도 될 색 구성이었다. 흰바지가 하나 껴 있었다면 아마 흰바지는 버리는 셈 치고 3종 세트 청바지를 구입했을 것이다. 아니 버리는 셈 치는 것이 걸려서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청바지 3종 색 조합은 통과이다. 그리고 홈쇼핑을 보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나오면 나는 그 제품을 꼭 검색해본다. 홈페이지를 찾아내 거기에 올라온 상품 설명도 다시 읽어보고, 상품평이 있다면 그것도 최신순으로 읽어본다. TV에서 말하는 내용과 홈페이지 설명 특히 상품평에서 다른 정보를 골라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일치하고 괜찮은 평이다.
해당 상품의 시간이 끝나가는 찰나, 나는 결국 모바일로 상품을 주문했다. 이전에 몇 번 이렇게 모든 과정을 통과하고도 나중에 다시 한 번 봐야지 하고 장바구니에만 담아뒀다가 매진으로 못산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주문했다. 이렇게 쓰고보니 마치 큰 금액의 상품을 주문한 듯 장황하다. 그러나 청바지 3종은 6만원 남짓한 가격이다. 나는 몇 천원 짜리를 사든, 몇 십만원 짜리를 사든 늘 이와 같은 구입 과정을 거친다. 백만원 가까이 하던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살 때는 더 망설임 없이 구입했던 것 같다. 오히려 다이소에 가서 천원 또는 삼천원의 물건을 두고는 집었다 놨다 몇 번을 고민한다. 가격보다는 쓸모와 쓰임새를 먼저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여튼, 이렇게 장황하게 청바지 3종세트를 샀다고 쓰는 건 그것이 낭비나 충동구매가 아니었다고 스스로에게 얘기하고 싶어서이다. 필요한대로 잘 샀다. 그리고 낭비면 또 어떤가, 내가 번 돈 내가 쓴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