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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elle Riyoung Han Apr 20. 2017

로마에서의 기록, 프롤로그..

'로마'로 출발하던 날 아침. 

1# 파리의 아파트, 나의 공간.


오전 6시 40분에 오를리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였었다.

집 앞까지 와주는 택시를 예약한 시간은 새벽 4시 50분.

여행 가방을 대략 마무리한 시간은 자정이 넘어서 였고 새벽 1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누웠다가 도저히 잠들 기미가 느껴지지 않아 침대 위에서 내려왔었다.

선잠 위를 왔다 갔다 하다, 2시간 후에 깨어나는 게 더 피곤하겠다 싶었어서 뭉그적 그리듯 커피를 내려 마시고, 여행 발리스 정리를 마무리해서 꽉 닫아 두고.

토스트 한 조각과 표컬릿 까지도 살뜰하게 챙겨 먹은 후, 머리를 묶고 옷을 갈아입으니 금방 택시 도착할 시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3시간 정도를 자고 그가 깨어났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침을 먹기도 뭐한 시각에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만을 들이켠 그와 밤 도적이 빠져나가듯 조심 조심.

발리스에 달린 4개의 바퀴들이 거친 소음이라도 낼까 조심스럽게 파리의 아파트 복도를 빠져나왔다.


길가에 나가 택시를 기다리고 있기엔 불안한 새벽어둠 속이라 꽉 잠겨진 아파트 출입문 안에서 차가 오는 소리에 귀를 세우고 있었다. 

기다린 지 5분도 되지 않아 택시가 도착을 했다. 정확한 약속 시간이었다. 

오를리 공항까지 20여분 만에 도착을 했다. 지불했던 금액도 35유로.

이렇게 쉽고 빠르게 공항까지 도착할 수 있다니. 다음번 여행도 새벽 비행기를 타고 파리를 출발하도록 Plan을 세우고 싶다. 



2# 단 한숨도 잠을 자지 않고 올라탄 비행기 안.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은데 머리는 띵 울리면서도, 잠은 오질 않아 눈을 감고 있다가 10분 만에 잠들기를 포기했었다.

오를리 공항에서 들고 온 매거진 3권 중 한 권을 휘리릭 넘겨 보며 유럽 속의 도시 이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로테르담"과 "바젤"이 눈에 박힌다. 그해 여름 여행은 로마와 스페인, 가을 여행은 비인으로 가자고 반년 전부터 그에게 말했더랬는데 한순간에 마음이 바뀔 것 같은 두근거림이었다. 

지도 위에 표기된 그 많은 도시중 느닷없이 왠 로테르담과 바젤이 눈에 들어왔을까.

아마도 바젤은 브뤼셀에 다시 가자 하던 내게 그 주변의 도시를 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그의 말 때문이었을 테다.

그렇다면 로테르담은 왜? 종종 암스테르담에 갈 생각은 했었지만 그전엔 생각지 않았던 그 도시의 이름이 느닷없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뭉게구름처럼 떠다니는 여행에 대한 상상이 더 멀리 퍼져나가기 전에 얼른,  로마에 도착하기를 바랐다. 

로마에 도착하면, 어른 숙소를 찾아가 짐가방들을 내려놓고 테베레 강을 보러 갈 것이다.

이탈리아의 색채, 냄새, 소리들이 어떻게 내 피부에 닿을지 궁금하다.




-2015년 8월 11일 화요일 이른 아침, 로마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일주일 동안의 로마 여행 2주 동안의 스페인 여행을 마치고 파리의 일상으로 돌아왔던 날.

긴 여행이었던 만큼 정리할 것들은 참 길었다. 사진들도 꽤 많았다.

파리에서 살아가며 매년의 여름 여행을 길게 떠났었지만 돌아오고 나선 언제나 10월이 다가온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왔던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여행에 대한 기록은 언제나 훗날의 작업들로, 조금 더 한가롭고 여유로와지는 시간으로만 막연히 미루어두곤 했었다.

하지만 2015년 여름날의 시간들은 지난 시간들보다 단단하게 가공해 놓고 싶었다. 

누구에게 보이든, 나 혼자 보게 되든.

내가 계획하고 구상하던 기록들로 정리하기 위해 지금 모든 걸 다 풀어놓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곳에 올려놓는 2015년의 여름 흔적들이 잘 마무리되기를 내가 나를 응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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