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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elle Riyoung Han Apr 20. 2017

로마에서의 기록, 첫 번째

 로마에 도착한 첫날, 테르미니(Termini) 중앙역에 대한 기억

'피우미치노(Fiumicino) 공항을 빠져나와 로마에서 첫 발을 디딘 테르미니(Termini)  중앙역.

그 지점을 시작으로 내 인생 리스트에 로마가 한 곳 더 접수되었다.

단어를 접수할 때, 뇌는 이미 지니고 있는 정보로 새로운 것을 덮어 버리려 들곤 한다. 

웃자는 말이기는 하지만, 시시때때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나를 돕고 있는 내 머릿속 뇌의 정보에도 내가 깜박 속을 수도 있다는 것.

'테르미니'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때 하나의 단어로 뭉쳐서 먼저 인식해 버리는 내 머리는 '데미테르' 역이라고 덥석 받아들였었다. 그러면서 흥미롭게 이름 붙여진 로마의 중앙역에 꼭 가보리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데미테르 여신이라고 생각했으니 그러한 흥미로움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했겠지.

메트로 지하 곳곳에 데미테르 여신과 관련된 조각상들이 장식되어져 있을 것 같다고, 상상도 내 마음대로 했었다.

다행히도 뇌의 오작동이었다는 것을 1분 내에 감지했었는데 그 짧은 순간 동안에도 뇌 안에서 반응하고, 연상하며, 판단하는 것들의 영역이 적지 않다는 걸 새삼 알게 된 계기였었다.

의식하고 있는 것보다 뇌의 움직임이 빠르고 영리했을 텐데 그걸 모르고 살아온 기간이 참 길다.



아무튼 사소한 뇌의 그 오작동 에피소드로 인해 테르미니 중앙역은 내게 쉽게 각인이 되기는 했다. 

그렇게 감지하지 않았어도 테르미니 역은 로마에서 중점인 메트로 역이어서 로마에 있는 동안 수시로 지나는 지점이기도 했지만.

여행을 떠나기 이전, 로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해 가면서도 테르미니 역에 대해 내 맘대로 상상한 것 외에 별달리 어필되는 점은 찾지 못했었는데 방문하고 나니 이탈리아 집시들이 그곳의 분위기를 단번에 가르쳐 주었다.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든 적잖은 골칫거리, 집시들.

파리에선 루마니아에서 건너온 집시들을 볼 수 있을 뿐, 프랑스 자국의 집시들은 본 적이 없었는데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루마니아 집시들과 자국의 집시들로 분류가 된다는 재밌는 사실이 있다. 

루마니아 집시인지 자국의 집시인지, 생김새와 옷차림도 조금씩 다르다.

테르미니 역에서 일주일 동안 사용할 대중 교통권을 자판기로 구매하고 있을 때였다. 

느닷없이 나타난 두 명의 어린 여자 아이들이 자판기 옆에 찰싹 달라붙어, 카드의 비밀 코드를 누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게 영 거슬렸었다. 

예쁘장한 이목구비에 멋을 부려 차려입은 흔적은 보였어도 어느 도시를 가든, 집시들은 분위기가 닮아 있다. 희한하다. 

그 아이들이 티켓을 구매하는 동안 옆에서 어찌나 정신을 빼놓는지, 조금이라도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면 느닷없이 치고 들어와 도와주겠다고 하며 돈을 요구한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나는 제일 무섭다. 안 좋은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무작정 소리 큰 어린 나이 때의 불특정 소수의 청소년들도.



베를린에 여행 갔을 때, 저돌적이고 거침없는 루마니아 집시들의 모습을 보고 흠칫 두려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베를린 집시들을 보며 파리에서 활동하는 루마니아 집시들은 사부작사부작 소리 없이 일 저지르는 집단들이구나 싶었는데 로마의 집시들은 일내기 전에 어찌나 옆에서 정신을 빼놓고 귀찮게 달라붙는지, 첫날부터 테르미니 중앙역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그 어린 집시 소녀들과 얽힌 지점에서 한 순간이라도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기에 자판기의 설명을 읽으며 사용하는 것 대신 매표소를 찾아 일주일 대중 교통권을 구입했었다. 휴우..


테르미니(Termini) 역은 A선과 B선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로마의 중앙역과 같은 지점이라고 하는데 로마의 메트로는 A선과 B선만 있다. 그러기에 로마 메트로를 이용하기엔 번잡함 없이 단순하지만 그만큼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도시의 구석구석 연결되고 뻗어 있어 시민들의 원활한 대중교통 수단이 되기에는 로마의 지하철은 많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잦았다.

뭐 어쨌든 로마에서의 중심 메트로, 테르미니 역은 무솔리니 시절에 건설하기 시작하여 1955년에 완공이 되었다는데 역 오른쪽에는 대학 도시가 있고 왼쪽에는 산타마리아 마조레 교회가 있다고 한다.

로마에서 있는 동안 테르미니 역을 여러 차례 지나다녔는데도 대학 도시의 지점과 산타마리아 마조레 교회라는 장소를 확인하고 의식의 영역에까지 넣어 주지는 못했다. 

의식하지 않았어도 로마를 여행하던 기간 동안 우린 그 두 곳을 잦게 지났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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