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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elle Riyoung Han Apr 20. 2017

로마에서의 기록, 세 번째

스탕달이 극찬한 로마의 거리, 'Via del Corso'를  걷다

이른 새벽 비행기를 타고 로마로 향했던 터라 도착한 첫날부터 주어지는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이른 오후엔 숙소가 있는 밀비오 다리 부근 (Piazzale di Ponte Milvio)을 산책하고, 장을 보고.

느지막한 오후 시간엔 트램을 타고 포폴로 광장 (Piazza Popolo)에 나가기로 했다.



밀비오 다리를 지났고 테베레 강도 보았다.

로마 역사와 기독교 역사의 커다란 방향 전환을 주는 기여했던 폰테 밀비오 (Ponte Milvio)에도 여행자들이 찾아들긴 했어도 로마의 산탄젤로 (Sant'Angelo) 다리에 비한다면 참 조용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예술의 다리'라 불리는 파리의 Pont des Arts (퐁데자르)와 함께 폰테 밀비오는 사랑의 자물쇠로 골머리를 앓던 장소였었다.

2012년에 폰테 밀비오에 가득 찬 사랑의 자물쇠 철거 작업이 이루어지고 2014년에는 자물쇠로 인해 두 개의 가로등이 무너져 버린 일이 있었던 만큼 지금의 다리 구조상 자물쇠를 걸어둘 만한 곳은 없을 듯했는데 여전히 폰테 밀비오에는 사랑의 자물쇠가 다시 걸리기 시작을 했다.


누구 한 사람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줄지어 따라가는 이들은 있다. 하지 말아야 함에도 상황 인식 제대로 못하는 무개념 연인들의 행위 의식인 만큼 폰테 밀비오에 걸려 있는 사랑의 자물쇠들은 로맨틱하다기보다 너무 보기 흉했다. 

그런 만큼 걸려 있는 사랑의 자물쇠를 보면서 모르는 연인들을 축복하기보다 똑같은 정신세계로 만난 연인이 어떤 모양으로 참여하고 살아가려나 싶은 의문이 들었는데.

폰테 밀비오에 사랑의 자물쇠를 걸다 적발되면 50유로의 벌금형이 청구된다지만 환경오염 문제와 안전상의 심각성에 비한다면 벌금 50유로는 너무 적은 금액 아닌가 싶다.



어느 도시에서나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크게 얻는 강.

작은 규모와 강물의 오염도가 느껴지기는 했어도 테베레 강 역시 로마에서 확고부동 안 자리를 지키며 흐르고 있었다.



숙소에서 나올 당시는 전혀 기미가 없더니 트램을 타고 가는 동안 바깥세상은 검은 구름이 순식간에 장악을 하고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을 했었다. 

트램에서 포폴로 광장 부근에 내렸을 때는 한순간 쏟아지다 걷힐 것이라 생각을 했기에 닫힌 처마 밑으로 달려갔었는데 그 짧은 시간에 맞은 빗줄기에 우두둑 몸이 금세 젖었다. 

로마의 비, 무섭게 오더라.



어느 해엔가 바르셀로나 공항에 내렸을 때 한 방울씩 톡톡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줄기를 개의치 않았더니, 그가 말하길 바르셀로나의 비는 파리에서 내리는 비와 같지 않아서 금세 몰아치듯 쏟아질 거라 했었다.

설명을 더 들을 필요도 없이 우두둑 뚝뚝 거침없이 쏟아지는 바르셀로나의 빗줄기를 보면서 사람들의 기질이 살고 있는 곳의 자연환경과 닮아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로마에서도 첫날의 비를 맞으며 로마인들의 기질이 어떠할지 상상이 갔다.


편협한 내 편견이어도 어쩔 수 없지만 로마의 모기에 몇 번 물리고, 로마에서 비를 맞아보니 이러한 질긴 상황을 감내하고 살아가며 굳어진 성향이 그다지 순순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진저리가 쳐지는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로마 사람들이 아니라 치가 떨릴 만큼 살벌했던 로마 모기와 순식간에 도시를 범람할 것처럼 떨어졌던 로마의 비가 그렇다는 것. 

다행히 비는 오랜 순간 내리지는 않았고 우리가 발이 묶여 있던 시간은 50여분 정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로마는 멋지다. 몇 차례고 다시 꼭 오겠다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많이 멋지다.



포폴로 문 (Porta Popolo) 부근에는 곳곳에 관광객들을 상대로 우비를 파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처음에 우리에게 우비 2개에 10유로 가격을 부르며 따라오던 방글라데시 아저씨가 혼자 흥정하시고 가격 낮추시더니 반 이상으로 낮춰 4유로에 2벌을 파셨다.

몰랐는데 나, 엄청나게 흥정 잘 하는 사람이었다.


비 맞는 일이 싫어서 안 맞을 장소로 옮겨 가는 중에 따라붙는 아저씨에게 사지 않겠다며 계속 걸어갔었는데 이태리어를 못 알아들으니까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기도 했고, 내 손에 끌려 걸어가면서도 아저씨에게 사지 않겠다고 계속 대꾸하던 그가 "우비 두 개에 4유로에 주겠다고 하는데?"라고 말하기에 솔깃.

몇 번 입고 버릴 1회용 비닐 외투였지만 로마 여행을 하면서 유용하게 사용을 했다.

나는 처음 보았던 건데 그의 말로는 파리에서도 관광객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3유로에서부터 가격 다양하게 판매되는 것이라고 한다.



성질부리듯 내리던 비가 잠잠해질 즈음, 텔레토비 망토와 같이 생긴 투명한 우비를 입은 채로 포폴로 광장 (Piazza Popolo) 안으로 들어섰다.

텔레토비 망토 입고 찍은 그날의 사진은 지금 보아도 웃음이 난다. 그걸 걸치고 첫날 포폴로 광장에서부터 핀치오 광장까지 걸어 다녔었다. ㅋ



베르니니가 설계를 한 쌍둥이 교회,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 콜리와 산타 마리아 인 몬테 산토 중 하나인 건축물일 텐데 정확히 둘 중에서 어떤 건지는 모르겠다.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많은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살펴보는 편이다.

그리고 엇비슷한 여행 스타일을 따라가지 않으며 독창적인 우리의 스타일대로 볼 수 있기를 이끌어 주시기를, 꾸준하게 기도도 한다. 

체험하고 부딪치며 그 시간 속을 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여행지에 발을 디딜 때마다 나는 유적지나 유명지의 전체적인 풍경을 닮으려는 사진들을 과감하게 포기했던 것 같다.

그건 아마도 건축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었던 그의 스타일을 따라가려는 나의 첫 시도였던 것 같기도 하며 유적지 건축물들은 내가 담지 않아도 검색만으로 풍성하게 볼 수 있으니까 엇비슷하게 따라가기 싫은 이유가 컸었다.

대체로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고 특징을 잡아 주는 단면을 담아 내려하는 편인데 그러한 사진 위주로 담다가 생각지 못한 방향과 각도에서 바라보는 전체적인 구성이 마음에 들어올 때면 운이 좋은 순간처럼 느껴진다.




Cia del Corso


거리가 참 멋지다 싶기에 기억 도우미용으로 찍은 사진이었던 비아 델 코르소, 코르소 거리.

이곳은 여행에서 돌아와 좀 더 자세히 검색해 보니 19세기의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극찬을 해본 곳이었다.

가본 곳이 제한적이었던가 로마 언론에 듣기 좋은 말씀을 하셔야 했던가, 아름다운 거리이라고 했던 표현이 과장되고 와전되었던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Via del Corso 거리는 다시 걷고 싶은 만큼 멋졌고 19세기 때의 분위기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긴 했겠지만 우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건 아무래도 과장이다.

내 눈에 보기 좋은 건 다른 이의 눈에도 대체로 보기 좋을 만큼 사람들의 기준은 시의성에 따라 평균 지점이 있긴 해도 우주 안에 놓인 비경이 얼마나 많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아름다움의 양태가 얼마나 다른데.



스탕달이 어떠한 성향의 사람이었는지 캐릭터를 파고 들어가 보면 지금에도 남아 있는 비아 델 코르소에 대한 그의 찬양이 어떠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세기의 프랑스 출신의 예술가들에게도 찬양받을 만큼 아름다운 거리이라는 것만 기억하기로 했다.

포폴로 광장에서 마주 보고 있는 쌍둥이 성당 사이로 하나의 길이 있는데 그 길을 쭉 따라 걷다 보면 베네치아 광장으로까지 이어진다. 

19세의 로마의 코르소 거리가 어떠했을지 자료 검색을 찾아본 건 아직 없었지만 내가 걸었던 코르소 거리는 다양한 상점들과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거리였었다.

로마를 떠나는 날 오전에 이곳 코르소 거리에 있는 액세서리 상점에 들러 액세서리를 좋아하시는 그의 마마 '리돈'에게 선물한 팔찌를 사고 그 상점의 명함을 챙겨 오기도 했다.



비아 델 코르소의 거리에 붙어 있는 골목길들 중엔 갖가지의 명소들이 자리하는데 르네상스 시대의 베네치아 학파로 뛰어난 초상 화가였던 티치아노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미켈란젤로의 작품들, 16-17세기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이나 카라바조나 라파엘로와 브라만테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마리아 델 포폴로 교회는 다음번 로마 방문을 위해 기억해 두기로 했다.




로마의 길바닥들은 저렇게 납작하게 갈아서 만든 돌바닥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생겼다.

예쁜 힐을 신고 걷기에는 불편한 길이긴 하지만 노천카페나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려 로마의 분위기를 한층 더 멋지게 만들어 주는 로마의 기바닥인 듯.

편한 길 위주로 로마의 길이 형성되었다면 지금의 멋스러움은 아무래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스페인 광장을 향하는 과정 속에서 마주치는 포폴로 광장 주변 길들은 모두 다 따라 걷고 싶었었다.

여러 갈래로 나타나던 골목골목 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골목을 따라 들어갔더랬는데 디저트와 티라미수로 유명한 폼피 (Pompi) 매장도 우연하게 발견을 했다.




폼피 매장은 밀비오 다리 부근의 우리 숙소 가까이에도 있었던 이탈리아 디저트 체인점인데 포폴로 광장 가까이에 있는 폼피 매장을 찾는 사람들 60%는 한국 사람이었다.

세 번 그곳을 지날 때마다 들어갔었는데 그때마다 폼피 매장은 한국 지점을 옮겨다 놓은 느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방문했을 때에만 한국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는 않았는데 Pompi는 한국 사람들에게 더 유명하고 선호도가 높구나 싶었다.

폼피 디저트가 맛있다는 건 블로거들의 포스팅으로 이미 알고 있긴 했었지만 공산품보다 가내 수공업식 디저트가 좋아서 우리는 주로 집 부근에서 직접 만들어서 판매를 하는 카페를 이용했었다.




이곳을 방문했다는 기억은 생생했고 로마 건축물들이 지니고 있는 장엄한 분위기와 거대한 규모에 놀라운 경탄이 나왔던 그때의 느낌은 지금도 흐릿하게 기억이 난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전해 질 수 없는 로마 건축물들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거대한 규모.

정말 멋진 도시구나 실감이 났었는데 그렇게 두근두근 느껴지던 설레인이 연기처럼 소멸되지 않기를 바란다. 

로마를 향한 설렘이 기억이 되어야 훗날,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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