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돌아왔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안도감에 젖어 여행 발리스는 일단 내려놓고 익숙했던 내 공간에 침몰되어 잠에 빠질 때가 잦았는데, 이른 저녁 시간에 도착했다는 게 이유였을까, 이번 회귀 지점에선 여행 트렁크들을 비워내고 모든 것들을 제 자리에 돌려놓은 후, 무작정 집 밖으로 나섰었다.
3주가 안 되는 시간 동안 파리를 떠나 있었을 뿐인데 그 사이에 빠져나간 여름의 기운이 묘연했다. 푸릇하고 선명했던 여름의 느낌은 사라지고 은은한 회색 빛깔이 스며들고 있었다. 몹시도 파리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