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끝, 어느 사무실의 아침 풍경

by 리유



새벽 다섯 시 반, 눈이 번쩍 뜨였다. 믿기지 않았다.

6일 내내 아침 여덟 시 전 후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전날 밤엔 연휴 마지막 날 만찬을 즐기자며 10시까지 치킨을 뜯고 새벽 1시에 잠들었다. 그런데, 출근 날 아침이 되니 몸이 반응한 것인가. 인간의 생체시계는 참으로 놀랍기 그지없다.


5일 만에 드라이기를 손에 들고 머리카락에 빗이라는 것을 대어 주었다. 흰색 셔츠에 남색 정장 바지를 입고 나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어색하다.

노트북 가방을 들고 현관을 나서려는 찰나, 두 아이들이 눈을 비비며 걸어 나온다. 며칠 동안 엄마랑 붙어 있었는데 내일 아침엔 엄마가 없다며 울먹이던 녀석들이다. 아이들에게 얼굴 곳곳에 뽀뽀 세례를 받고 (거짓말 안 하고 둘이 합쳐서 뽀뽀 백 번은 받았다. 진짜다), 현관을 나섰다.

오랜만에 엔진을 달군 차가 부르릉 걸걸한 소리를 낸다. 자, 달려보자.






띠링. 아이디카드를 찍고 들어간 사무실.

또다시 놀랍다.


아침 여섯 시 오십 분, 사람들 서너 명이 각자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마치 어제 퇴근해서 오늘 출근한 사람들 마냥. 피곤함은 1도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 명, 두 명 사무실로 들어온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하며 "연휴 잘 보냈어요?"라고 눈빛으로 건네본다. 억지로 힘겹게 나온 사람도, 육아에서 해방된 기쁨과 일의 부담이 공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후자에 매우 가깝다)


아웃룩에 이메일이 쌓이기 시작한다. 지난주 약간은 들떠 있던 마음에 미뤄온 일들이다. 사무실 전화기들도 바빠졌다. 연휴에 근무한 현장 직원 분들로부터 문의가 몰려온다. 프린터 기는 윙 소리를 내며 함께 움직인다.






긴 연휴를 누리고 돌아온 오늘, 사무실은 한 시간도 안되어 여느 때와 같은 모습을 갖추었다.

달라진 건 조금 두꺼워진 사람들의 옷뿐.


어쩌면, 각자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저들의 마음은 휴일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가. 아이들과 함께 일어나 아침을 먹던 식탁앞이 벌써 그립다. 쇼파에 앉아 읽다 만 책의 페이지가 자꾸만 떠오른다. 연휴 때 아이들과 찍은 사진들도 괜히 들춰본다.

오랜만에 모니터를 마주해서일까. 벌써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양쪽 승모근이 1센치는 솟아 오른 듯 하다. 반나절 지났을 뿐인데 연휴때의, 아니, 오늘 아침의 그 뽀얀 혈색은 온데간데 없이 누렇다.

그래도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앞에 놓인 일들을 하나 둘 처리해 나간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사무실에서, 집에서, 가게에서 자신의 일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시작한 우리 모두 대단하다. 파이팅이다.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