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1분 쌍둥이 언니가 있다 (1)

by 리유




나에겐 1분 쌍둥이 언니가 있다.


언니는 뱃속에서부터 나보다 컸다고 한다. 태어났을 때도, 유치원 다닐 때도, 그리고 초등학생인 지금도. 언니는 키도, 손도, 머리도 더 크다.


나는, 작다.



눈에 보이는 겉모습뿐만이 아니다.

언니는 일곱 살 때부터 종이에 글자가 가득한 책을 읽었다. 한 번 앉았다 하면 한 시간은 읽어대곤 했다. 나는 여전히 그림책을 옆에 쌓아둔다. 얼마 전에 '난 책 읽기가 좋아'와 같이 조금 두꺼운 책을 들춰 봤지만 그림만 보고 휘리릭 넘긴 적이 있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더니, 왜 이렇게 빨리 읽냐며, 꼼꼼히 보면 좋겠다고 슬쩍 말한 적도 있다. 그중 재미있는 건 여러 번 글자까지 자세히 읽는데, 엄마가 몰라주니 속상하다.






1학년 때 첫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온 날이었다.

언니는 집에 오자 마자 책가방 앞에 백 점 짜리 시험지를 펼쳐 놓았다. 엄마가 회사에서 들어오는 소리가 나자 마자 그 시험지를 들고 팔랑거리며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엄마 품에 안기며 종알종알 자랑을 해 댔다.

나는 불 꺼진 작은 방 앞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70이라고 적힌 시험지를 손에 꼭 쥐고 말이다. 나도 엄마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내가 먼저 안고 싶었다.


문 밖으로 얼굴을 반만 내밀고 있는 나를 발견한 엄마가 조용히 걸어왔다. 내 키에 맞추어 무릎을 구부리고 앉으며 말했다.

"와. 동그라미가 일곱 개나 있네~ 잘했다. 오히려 이 두 개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야. 그렇지? 정확히 알게 되면 엄마가 하트 그려줄게"


그제야 엄마를 꼬옥 안았다. 하루 종일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스르르 녹는 것 같았다.

손에 시험지를 들고, 책상 앞에 앉았다. 받아쓰기 틀린 문제 세 번 쓰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파에서 보드게임을 하는 언니가 보였다. 연필을 꽉 쥐며 엄마도, 언니도 모르게 힘껏 째려봐 주었다. 그나마 속이 좀 시원해졌다.




2학년 때 언니는 수학도 맨날 백점이었다.

나는 수학이 싫었다, 아니. 두려웠다. 받아 올림, 받아 내림이라는 게 나왔는데 선생님과 엄마가 여러 번 설명을 해 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숫자들이 머릿속에 이리저리 굴러다니기만 했다. 나는 수학을 못하는 사람이다. 열심히 해도 되지 않는다.


두 자리 수 빼기를 받아 내림으로 풀어야 하는 날이었다. 엄마에게 물어보기는 싫었다.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한 페이지에 열 다섯 개나 빼곡히 채워져 있는 문제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빼기 표시 위에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눈두덩이가 퉁퉁 부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으앙 소리가 나와버렸다. 그리고 엄마에게 말했다.


"언니는 잘하는데 왜 나는 못하는 거야. 언니도 나랑 똑같이 하잖아."


옆에 앉아 있던 엄마의 눈이 일자가 되고, 입은 아래로 쳐졌다. 분명히 화난 건 아니었다. 나를 좀 안쓰럽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엄마는 말했다.


"언니와 너는 같은 사람이 아니야. 사람들은 잘하는 게 다 달라. 우리 아가는 그림도 잘 그리고 만들기도 잘하고 새로운 걸 생각해 내는 것도 특히 잘하잖아. 그리고 내가 좀 부족한 게 있다면 다른 사람과가 아닌 예전의 너와 비교해 보자."


엉엉 울면서 속으로만 말했다.

'그림 그리기랑 만들기 잘해 봤자 뭐 해. 결국 눈에 보이는 건 점수가 적힌 시험지잖아. 숙제도 못한 사람만 하게 되는 거 아니야? 그림은 못 그린다고 다시 그리지도 않잖아. 나는 언니보다 받아쓰기 두 번 더 연습한 적도 있고, 수학 문제집도 한 장씩 더 풀고 있어. 그런데 그런 모습을 엄마랑 선생님이 항상 보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치...'





2학년 때부터 내 몸이 이상해졌다.

눈을 깜빡이거나, 배를 꿀렁거리지 않으면 속이 답답해졌다. 특히, 책을 읽거나 영어 DVD를 볼 때는 1초도 가만히 있기 힘들었다. 어쩔 땐 눈을 너무 이상하게 자주 떠서 눈두덩이가 퉁퉁 부운적도 있다. 밥 먹고 배에 힘을 많이 줘서 배탈이 난 적도 많았다. 잠들기 전에도 몸을 꿈찔대야만 했다. 엄마는 눈꼬리가 축 처져서는 나를 한 참 바라보다가 꼭 안아주곤 했다. 따뜻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감기와 같은 거라고, 괜찮다고 말했었다.


놀이학원이라는 곳을 다닌 적도 있다. 선생님은 나에게 종이에 그림을 그리게 하기도 하고, 강아지, 펭귄, 사자 인형들을 주고 마음껏 놀게 해 주셨다. 그때 선생님이 가장 많이 한 말이 떠오른다. 내 가슴에 모여 있는 생각을, 마음을 예쁜 입으로 말하면 되는 거라고.


어떤 날은 우리 가족 그림을 그렸다. 아빠 옆에 엄마, 언니, 그리고 나. 순서 대로 서 있었다.

그중에서 나는 제일 작았다. 나는 모든 게 다 작았다.







제게는 쌍둥이 딸이 있습니다.

그 중 한 아이인 우리 둘째는 유독 작게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반에서 가장 작은 키를 보유했고요. 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 겉으로 보이는 모습 뿐만이 아니라, 학습에서도 '비교' 를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징징거림은 물론 짜증까지 늘었습니다. 그러다 틱 증상이라는 게 오더라고요.

아이가 힘들어 했을 순간들을 떠올리며 차곡차곡 적어 내려가 보았습니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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