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1분 쌍둥이 언니가 있다 (2)

by 리유


내 몸이 이상해진 이후로, 엄마는 나를 더 많이 돌봐주었다.

비타민도 여러 개 챙겨 주고, 예전보다 자주 안아 준다. 엄마와 단 둘이 책을 읽거나 만들기 놀이를 하는 시간도 늘었다. 언니보다 나를 훨씬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매일 밤 아로마 오일이라는 걸로 내 다리랑 팔을 부드럽게 주물러 주기도 한다. 뭔가 시원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다. 한 번씩 엄마는 내 배와 가슴을 토독토독 두드리며 말한다.


"요 안에, 작은 거인이 살고 있어. 이 거인은, 웃음과 기쁨, 행복을 먹고살아. 오늘은 얼마만큼 자랐으려나?"


그럼 나는 잠결에 웅얼웅얼 대답하곤 한다.


"응, 오늘은 행복을 먹었어. 지금 제일 많이 자랐어."






엄마는 나와 주말마다 수학과 영어 공부를 함께 하기 시작했다. 재미있게 가르쳐 주는 방법을 직접 배워 왔다고 한다. 문제집에 적혀 있는 숫자만 계산하는 게 아니었다. 카드를 직접 오리고, 주사위도 만들고, 그걸로 게임도 하며 문제를 풀어나갔다. 엄마는 내 눈을 바라보며 '오, 잘했어.'라고 말해주었다. 어깨를 두드리며 '정말 잘하고 있어.'라고도 했다. 모든 순간이 좋았다. 두 손의 엄지손가락을 쫙 펴고 흔들면 내 마음도 춤추듯 들썩거렸다.


영어책 읽는 방법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퇴근하고 올 때까지 두 권을 모두 읽기로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중 한 권을 엄마가 읽어준다. 엄마가 오른쪽 팔로 내 몸을 감싸면 나는 엄마 어깨에 머리를 포옥 기댄다. 영어책을 읽기 시작하면 엄마 목소리가 내 귀에 웅웅 울려 퍼진다. CD에서 나오는 목소리보다 백배 천배 좋다. 뿐만 아니다. 그림 볼 시간도 기다려 주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엄마랑 같이 웃기도 한다. 물론, 발음은 좀 그렇지만 말이다.



3학년인 지금, 언니는 나보다 훨씬 두꺼운 책을 읽고, 수학 단원 평가에서 100점 아니면 90점을 받아온다. 영어도 혼자서 쏼라쏼라 읽는다. 나는 1학년 때 보다 조금 더 글자가 많은 책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수학은 1학기에 우리 반에서 곱셈구구를 제일 빨리 풀었다. 얼마 전에는 나눗셈에서 처음으로 100점을 맞았다. 물론, 우리 반에서 말썽꾸러기 두 명 빼고 다 같은 점수를 받았지만 말이다.


아직도 언니가 부럽다. 질투가 난다. 이건 비밀인데, 언니 애착인형인 깡아를 몰래 침대 밑에 넣어둔 적도 있다. 엄마가 알면 나쁜 행동이라고 엄청 혼낼 게 분명하다.



요즘은 매일 저녁 엄마가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많이 기다려진다. 엄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많기 때문이다. 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기도 전에 엄마에게 외친다. '엄마! 나 오늘 자랑스러운 거 있어.'라고 말이다. 엄마가 가방을 놓고 부엌에 가서 물을 마실 때 졸졸 쫓아다니면서 쫑알댄다.

반에서 제일 먼저 손 들고 발표한 것, 피구에서 우리 모둠 중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남았던 것, 점심에 나온 시금치 모두 다 먹은 것 등등 하루에 한 가지씩 꼭 말한다. 그럼 엄마도 자랑스러운 일 한 가지를 말한다. 이건 엄마와 내가 매일 지키기로 한 약속이다.

엄마가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잘했다고 말할 때마다 내 마음속에 분홍색의 작은 꽃이 피어나는 기분이 든다. 내 안의 작은 거인도 싱긋 웃고 있을 게 분명하다.






어제는 엄마가 사준 비누로 거품 목욕을 하고 나왔다. 연한 하늘색에 시원한 민트향이 나는 비누였다. 날씨가 추워졌다며 엄마가 꺼내준 두툼하고 보들보들한 잠옷을 입고 책상으로 갔다. 지난번에 엄마가 사준 공책에 내가 직접 꾸민 나만의 귀여운 일기장을 펼쳤다. 그리고 그곳에 마음속에 떠오르는 문장들을 적었다.




나는 나를 믿는다.


뭐든지 잘할 수 있다고!

처음에는 못할 수 있어!

그래도 노력하면 되는 거야.


나는 나를 제일 소중하게 여겨.

내가 가장 소중해.

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으니까.

나는 소중한 나를 믿어.







아이가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삼 년째가 되어갑니다.

아이는 날이 갈수록 자신감이, 자존감이 떨어져 가는 듯 보였습니다. 마음이 많이 힘들었는지 틱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제 마음도 많이 힘들었지만, 본인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아이가, 그래서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아이가 더욱 안쓰러웠습니다.

나아질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동원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먹는 것, 자는 것, 바르는 것까지 모두요. 수많은 책과 영상을 보고 나서, 가장 중요한 건 부모와 아이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에게 매일 말합니다. '사랑해, 소중해, 고마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야.'라고 말이죠.


일을 하는 엄마를 둔 탓에, 마음이 더욱 불안한 건지, 공부를 꼼꼼하게 잘 봐주지 못하는 건 아닌 지,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일어나서 새벽까지 가르치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기 위해 감정관리 하는 연습도 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저를 잘 따라와 주었고, 지금은 어쩌다 한 번씩만 증상이 나타납니다.

아이는 제가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줍니다. 자신을 잘 키워 주려고 노력하는 것 안다고 편지를 써준 적도 있습니다.

어제는 출근 전 새벽에, 아이 책상 위에 놓인 다이어리를 보았습니다. 그곳은 제가 그동안 아이에게 말해줬던 말들이 적혀있었습니다. 아이의 문장이, 아이의 마음이 한없이 고맙기만 한 아침이었습니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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