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그런가. 유독 길어진 퇴근길.
너덜너덜해진 정신과 몸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음악 소리, 리코더 소리, 노래 부르는 소리가 시끌벅적하게 들려온다.
(마치 현관 문을 열면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
가방을 내려놓고 거실로 들어서자
어느새 머리가 희끗해진 아빠가 나를 반기신다.
내가 너무 지쳐 보였던 걸까. 가만히 걸어오시더니
따순 손으로 등을 토닥이며 말씀하신다.
'수고했다.'
25살부터 70이 되기까지 회사를 다니신 아빠가
일 마치고 퇴근한 딸한테 건네는 한 마디여서일까.
목소리에, 눈빛에 진심이 느껴져 괜스레 뭉클했다.
아빠도 퇴근할 때마다 이렇게 고되었었겠지.
그래도 그리 오래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건
우리 밥 먹여야 해서 하루, 공부시키려고 하루,
또 어쩔 땐 일이 좀 재미있어서 하루.
그렇게 하루하루 버틸 이유가 있어서였겠지.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