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주말 아침에 빵 먹잖아~ 그때 꼭 먹고 싶은 게 하나 생겼어."
"아, 그래? 뭐?"
"그.. 동그란 빵 안에 햄이랑 치즈 들어있는 거. 집에 오는 길에 친구가 먹고 있는데 너무 먹고 싶었어. "
"하하, 그러자. 아침에 엄마랑 같이 나가서 사 먹자~."
근래에 이토록 절실한 표정을 본 적이 없다. 먹는 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아이인데도 동생이 식단 관리를 해야 하는 걸 알기에, 뭐 사달라는 말도 자주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정확히 먹고 싶은 걸 말하다니, 이건 반드시 사줘야 하는 거였다.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평소 같았으면 소파로 직행해 책 하나 집어 들고 앉아있을 녀석이,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는다. 하하. 아마도 며칠 동안 이 날을 고대하고 있었을 테다. 그런 아이가 귀여워 나도 얼른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양 쪽에 아이들 손 하나씩 잡고 신나게 걸어가는 그 길이 어찌나 좋던지.
그러나 빵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우리 셋의 발걸음은 일시 정지 되어 버렸다. 아이가 그토록 원하던 빵이 딱 하나 남아있던 것이다. 하나 다 들고 냠냠 먹고 싶다던 아이였다. 그런데 지금 이대로라면 반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 가게 밖으로 나가 얼른 다른 지점을 찾아 전화를 걸어보았다.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안녕하세요. 거기 햄에그 오리지널 머핀 있어요?"
"네~ 있습니다. "
"아, 정말요? 그럼 10분 안에 갈 텐데 두 개만 챙겨 주실 수 있으실까요?"
"네~ 오세요. 감사합니다."
아이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며 그곳으로 룰루랄라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는 내내 하나를 다 들고 맛있게 먹는 상상을 했으리라. 기분 좋게 문을 열고 들어가 카운터에 계신 분께 여쭤 보았다.
"방금 전화드렸었는데요~ 그, 오리지널 머핀.."
"아~ 그거요? 저기 있으니 가져가시면 됩니다."
직원 분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보통 샌드위치 종류가 있는 곳이 아닌, 양산빵이 진열되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또렷이 적혀있었다. '오리지널 머핀' 정말 말 그대로 버터와 밀가루로만 만들어진 머핀이었다. 헉. 아뿔싸.
순간, 아이가 원하는, 햄과 치즈가 들어간 빵이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어떤 분이 마지막 남은 한 개를 손으로 집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아. 이런. 어쩌지...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았다. 입술은 씰룩대고 눈가가 벌게지기 시작했다. 울기 직전인 거다. 아이들에게 가서 말했다.
"에구, 어쩌지. 여기도 없네... 다른 빵으로 골라볼까? 그건 다음에 좀 더 일찍 와서 사자."
눈물을 겨우 참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른 걸 고르지도 않고 마치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을 하고는 서 있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보셨던 걸까. 직원 분이 오셔서 다시 말씀하셨다.
"정말, 죄송해요. 저는 저거 말씀하시는 줄 알고..."
나는 내심 속상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
"아니에요... 제가 좀 더 정확히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바쁘신데 부탁드려서, 저도 죄송해요."
일주일 동안 기다렸던 빵을 먹지 못했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이들은 약 10분 정도의 배회 끝에 겨우 원하는 걸 하나씩 집어 들었다. 그렇게 계산을 하는 사이, 매대에서 빵 정리를 하던 그 직원 분이 아이에게 다가가 뭐라고 말하는 듯했다. 미안하다고 말하시는 걸까. 하고 빵집 밖을 나섰다.
그런데, 문 밖을 나가자마자 아이가 걸음을 멈추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기만 한다. 주머니에서 주섬 주섬 무언가를 꺼내며.
양손에는 눈사람 마시멜로와 알록달록 지팡이 막대사탕이 들려 있었다. 언니가 미안하다며, 동생이랑 나눠 먹으라고 주셨단다. 아이는 민망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마냥.
처음에는 다시 돌아가 돌려 드릴까 했다. 직접 손에 쥐어준 선물을 다시 돌려주는 게 맞을지, 고민했다. 아이의 그 기쁜 감정을 또다시 속상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 부스스한 머리로 잠옷에 패딩만 걸쳐 입은 우리 셋은, 두 아이들은 한 손에는 빵을, 다른 한 손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손에 들고 신나게 발걸음을 옮겼다. 재잘재잘 얘기를 나누며.
"엄마, 우리도 저 언니한테 선물 하자."
"와, 좋은 생각이다. 어떤 걸 선물할까?"
"음... 크리스마스 카드 어때?"
"오, 정말 좋아하시겠는데? 그리고, 다음 주말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윤하 먹고 싶던 거 사러 가자."
"응! 좋아.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