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에게 잘했다고 말해주자
일하는 엄마의 끄적임
쥐다. 또 쥐가 났다.
세 번째 네 번째 발가락 사이의 근육들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윽.
쌍둥이 아이들을 낳고 1년 후, 복직했을 때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아이들과 일만 바라보며 매 순간을 달려온 그때부터 말이다.
모든 일과를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할 시간.
와, 이제야 등을 바닥에 붙이는구나. 하고 깊은숨과 함께 온몸에 힘을 빼고 누우면 발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미간을 찌푸리면 엄마의 표정 하나하나에 민감한 둘째 아이가 징징 거린다. 발을 주무르려 앉으면, 간신히 잠든 두 아이를 홀딱 깨워버리고 말 것이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근육이 풀어질 때까지 침대 바닥에 발을 이리저리 눌러보거나, 다리를 들어 발목을 빙빙 돌려보는 게 다였다. 아픈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 이를 악 다물고서.
그렇게 잠들어 왔던 게 몇 년 째인가.
아이들의 잠요정이 평소보다 빨리 찾아온 어느 날.
오랜만에 큰 침대에 몸을 눕혀 포근한 이불로 감싸려는 찰나, 또다시 쥐가 찾아왔다. 눈치 볼 녀석들도 없으니 이불을 제치고 앉아, 두 손으로 이리저리 발을 주물러 주었다. 땅땅하게 뭉친 다리도 꼼꼼히 만져 주었다. 차가웠던 발이 점점 따듯해진다.
문득, 혼자 중얼거려 본다.
"에구, 너 정말 힘들었구나.
하루 종일 좁은 구두 속에 들어앉아 얼마나 갑갑했었니. 지금 나한테 좀 쉬라고 그러는 거지? 몇 년 동안 신호를 보냈던 거였구나. 너무 늦게 알아줘서 미안해.
내일은, 일이 바빠도 좀 더 자주 일어나 줄게. 고생했어."
아. 그러고 보니,
스스로에게 괜찮냐고 물어본 적이 언제였더라. 잘했다고 말해준 적은 있었던가.
엄마 역할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동시에 찾아온 두 아이의 엄마.
기뻤다. 무엇보다 잘해 내고 싶은 욕심이 컸다. 아니, 어쩌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두려움에 아등바등 댔는지도 모르겠다.
복직 후 한동안 일의 공백이 있었다. 자리를 잡지 못하고 그만두게 될 것만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부서를 옮겼고,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던 중이었다.
가정과 일, 둘 다 잘하고 싶었다. 좀 덜 자고, 덜 먹어도 머릿속에 그린 일들을 해내면, 기대한 만큼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늘 무언가를 놓치고, 잊고, 결국 자책만이 남았었다.
8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나의 미소에 아이들의 얼굴도 활짝 피어난다. 나의 웃음이 아이들의 마음을 밝혀준다.
내가 어떤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힘들면 안아주고, 잘했으면 칭찬해 주어야 한다.
설령 이제서야 알았다 하더라도, 여전히 눈앞에 닥친 일들을 숙제처럼 해 내곤 할 것이다. 그래도 한 번씩 멈추어 서서 노력은 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매일을 지내다 보면 날이 갈수록 스스로를 돌아보는 엄마가,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포근한 이불을 다시 덮는다. 침대의 푹신함이 노곤한 몸을 감싸준다.
밤마다 자기 전에 아이들에게 하던 말을 나에게도 건네본다.
"오늘 잘 지냈어? 정말 수고했어. 잘했어. 대단해."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