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솔직한 심정을 고합니다

한 해의 성과를 돌아보며

by 리유


"우리 한 해 동안 정말 많은 일을 했네요. 감사했습니다. 차장님."

"팀장님이야 말로 힘드셨죠. 고생 많으셨어요."

"..."



눈물을 비치고야 말았다.

성과평가 면담 시간에 팀장이 팀원 앞에서 울다니. 아, 이런.

말로 형용할 수 없이 힘들고 어려운 한 해였다.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기업문화 프로젝트가 부여되었었다. 그와 동시에 가장 호흡이 잘 맞던 팀원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며 퇴직을 했다. 두 명의 신입사원이 들어왔지만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오히려 더 많은 힘이 요구되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 맨파워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임원은, 사전 동의 없이 두 명의 직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은 중간에 복귀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업무에 적응하느라 한 해 동안 꽤나 고생이 많았다. 팀장들은 알 것이다. 팀원 구성의 변화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열정이 소모되는 일인지.


일 년 내내 마치 긴 동굴 속 중간에 놓인 두꺼운 돌 문을 수개월 동안 힘겹게 밀어가는 느낌이었다. 문 틈 사이로 비치는 빛 하나를 희망으로 삼아서 말이다. 하지만 그 빛의 크기는 점점 더 커졌고 결국 그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렵게 도착한 그곳에서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연초에 기업문화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나는 꽤나 방어적이었다.

기업문화 프로젝트는 직원들의 생각과 마인드, 그리고 태도까지 이어지는 회사 내 전반적인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그런 업무였다. 그런데 회사 성장은 하락세이고 연봉 인상율은 매년 줄어드는 지금 이곳에서, 이 시점에 진정 중요한 일인 지 의문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하라니까 해야겠지만 직원들이 받아들이기나 할까라며 쭝얼거렸었던 걸로 기억한다.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야만 일을 해 나가는 못난 성격 탓에, 그 업무가 중요한 이유를 찾느라 꽤나 많은 시간 동안 허우적거렸다. 결국 일의 진도가 나가지 않자 부문 수장에게 호되게 혼났고, 셀프 모티베이션이고 뭐고 다 제쳐두고, 무작정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입사 후 처음으로 임원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던 터, 나를 뭘로 보고 그렇게 쏘아댔냐, 두고 보라는 심정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기대하는 바를 읽고 그 틀에 최대한 맞추어 계획을 세웠다. 이 회사에서 행해지지 않았던 일이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은 채 일단 추진했다.

그 와중에 나가고 들어오는 팀원들의 업무 분장을 수 차례 반복했고, 한 명 한 명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독여갔다. 프로젝트 업무도 부여해야 했기에 스스로도 납득되지 않는 일의 이유와 목적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팀원들에게 전했다. 매일 밤 10시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야근 탓에 눈동자는 늘 벌갰고, 어깨는 경직된 상태로 치솟아 있었다.


그렇게 매주, 매월, 분기별 보여줄 수 있는 성과를 긁어모아 보고했다.

평가는 좋았다. 하지만 공허했다. 아직도 회사에 의미 있는 일인 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심지어 중간에는 번아웃이 덮쳐,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었다. 그러나 나를 바라보고 있는 상사와, 팀원 분들을 두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신기한 상황이 펼쳐졌다. 꾸역꾸역 힘겹게 행한 일들이 회사 곳곳에서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서로 칭찬하는 일들이 잦아졌다. 실패했지만 도전한 일들을 축하하는 자리도 만들어졌다. 확실히 1년 전 보다 조금은 더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람들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칭찬하고 축하하는 일들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니, 말로도 서로전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복리처럼 불어 가는 모습들이 결국 긍정적인 대중 심리를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도 일이 되네 싶었다.

일의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임원이 지시하는 방향에 맞추어 그림을 그리고 철저하게 실행해 나간 방식 말이다. 처음에는 참으로 괴로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밀 수 있는 성과들이 생겼고 실제 변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니 자연스레 추진하는 힘을 얻었다. 힘겨운 1년이 지나고 되돌아보니 어느새 내 앞에는 그럴듯한 결과물이 놓여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하나, 내가 얻은 보물이 하나 더 있었다. 정신줄 놓고 바삐 움직이는 팀장 곁에서 본인의 일을 꿋꿋하게, 탄탄하게 해 나간 우리 팀원 분들이다.


후.

한 해 동안 진정으로 수고 많았다.

우리 팀 한 명 한 명 모두.




올해는 더 어렵고 복잡한 일들이 부여되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팀 미팅에서 온 힘을 실어, 할 수 있다고, 보란 듯이 또 해 내 보자고 외쳤다.

그런 말을 내뱉는 내 입이 스스로도 당황스러웠으나, 15년간 회사에서 일해온 근성이 그러한 걸 어찌할 것인가. 어차피 회사는 다닐 것이고, 일을 할 것이다.

기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하자는 거다.


미팅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는 길, 스스로 다짐한 게 한 가지 있다.

올해는 앞만 보지 않을 것이다. 나와 주변을 제대로 바라보고 정돈된 상태에서 일을 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 팀 한 명 한 명 모두 빛이 날 수 있도록 애쓸 것이다.

그들도 나도 함께 잘 해냈다고 축하하는 순간을 매 순간 떠올릴 것이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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