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마음을 듬뿍듬뿍 담은 거야.
월요일.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하루의 피로가 폭우처럼 쏟아진다.
마치 굵은 빗방울을 피하지도 못한 채 하염없이 맞고 서 있는 느낌이랄까.
이 날도 그랬다.
어깨는 시옷자로 쳐져 있었고, 바닥을 발로 쓸으며 걸어 다니다가 소파에 털썩 앉아 가만히 깊은숨을 내쉬고 있었다. 까끌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책을 훑어내고 있는데, 둘째 아이가 내 주변을 서성 거린다.
작은 눈망울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 눈꼬리가 살짝 아래로 내려간 걸 보니 엄마가 걱정되나 보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눈빛을 반짝이더니 부엌으로 들어간다.
한 손으로 빈 유리컵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티스푼을 꺼낸다. 스푼으로 자신의 작은 가슴 앞 허공의 무언가를 떠내어 컵에 담는다. 서너 번 반복하며 컵 속을 딸그락딸그락 열심히 저어대더니, 수줍은 미소와 함께 내 앞으로 다가온다. 그러고는 작고 빨간 입술을 실룩대며 말을 건넨다.
엄마, 내 마음을 듬뿍듬뿍 담은 거야.
이거 마셔.
하..
마음을 담고 있었다. 엄마 힘내라고, 사랑을 담고 있었다.
빈 컵을, 아니, 아이의 사랑이 담긴 컵을 손에 들었다. 몽글몽글한 핑크빛 공기가 들어있는 듯하다. 홀짝홀짝 사랑을 마시고 싱긋 웃어 보이니, 아이의 표정도 활짝 피어난다.
사랑을 마신다는 게 이런 거구나.
사랑을 받는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오늘도 나는 행복한 순간을 선물 받았다.
내 몸에 들어온 아이의 마음이 자라나 더 큰 행복이 될 것만 같다.
매 순간 잘 들여다봐야겠다.
감사하다.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