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회사에 갔다.

by 리유


부스럭 부스럭, 딸깍.


앗, 벌써 다섯 시 반인가.

고개를 들어 엄마 침대를 보니, 찌그러진 이불만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엄마가 방 밖으로 나갔다. 회사 갈 준비를 하러.


잠요정이 달아나 버렸다. 엄마가 보고 싶다. 지금 나가면 엄마는 화장실 문을 잠그고 샤워기로 머리를 감고 있을 거다. 그럼 내가 화장실 손잡이를 돌려도, 똑똑 두드려도 소리를 못 들을 텐데, 그리고, 어두운 화장실 앞 복도에서 혼자 앉아서 엄마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텐데, 어쩌지.

테디를 안고, 아니, 보들이도 데리고 가야지. 그럼 좀 덜 무서울 테니.




샤워기 소리가 멈췄다. 이제 엄마가 나올 거다. 잠요정이 다시 오려고 할 때 즈음, 문이 열리고 환한 불빛이 비춘다. 눈을 잘 못 뜨겠다. 엄마는 놀란 표정이다. 그러더니 나의 퉁퉁 부은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따듯한 손으로 만져준다. 내가 좋아하는 엄마 비누향이 온몸에 덮이는 것 같다. 나오길 잘했다.


엄마는 왜 나왔냐며, 어서 들어가서 더 자라고 말한다. 가만히 엄마를 바라보고 서 있자, 침대로 데려다주겠다며 손을 잡는다.

같이 방으로 들어와 나만 침대에 누웠다. 나가기 전에 깨워서 인사할 테니, 마음 놓고 푹 자라며 내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누운 상태에서 다리와 팔을 올려 엄마를 힘껏 안았다. 엄마는 곧 방 밖으로 나갈 테니 내 품 한가득 엄마의 온기를 담아둬야 한다.


혼자 가만히 누워있는데,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 자꾸 엄마 생각이 난다. 안 되겠다. 테디와 보들이를 양쪽에 안고 다시 나가본다. 엄마는 머리를 다 말리고 이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방문 앞에 다시 나타난 나를 보고, 이번에는 웃지 않는다. 엄마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나를 보면 속상하단다. 잘 자야 키도 쑥쑥 크고 학교에서 수업도 잘 들을 수 있단다. 수십 번 들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엄마 옆에 있고 싶다.


6시다.

이제 엄마는 방문 밖에 아닌, 집 현관 밖으로 나간다. 마음이 점점 조급해져 온다.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유치원 다닐 땐 나가지 말라고 엉엉 울었었는데, 이제는 안다. 울어도 엄마는 회사에 간다는 것을.


엄마가 갈색 구두를 신고, 가방을 든다.

나를 보고 두 팔을 벌린다. 엄마에게 안겼다. 사랑한다고, 어서 들어가서 자라고 말한다. 엄마의 양쪽 볼에 뽀뽀를 해줬다. 그리고 다시 안았다. 최대한 빨리 오라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나갔다.

자동으로 켜지는 현관 불빛도 꺼졌다.


바닥에 놓인 테디와 보들이를 양팔로 안고 어두운 거실을 지나 코잠방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엎드려 누워 보드라운 엄마옷에 얼굴을 대어 보았다. 이불도 턱밑까지 끌어올려 덮어 보았다. 인형을 힘껏 안아본다. 잠요정이 다시 오는 것 같다. 그런데 마음이 이상하다. 눈물이 조금 나온다.


엄마가 벌써 그립다.








육아휴직 복직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가 방 밖으로 나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면 제가 회사에 갈 때까지 옆을 지키곤 합니다. 그런 아이의 마음이 어떨지, 아이의 생각을 글로 적어 내려가 보았습니다.

세살 즈음, 복직한 해에는, 제가 현관 밖으로 나가면 그 앞에 앉아 한동안 엉엉 울기도 했었고, 저는 1층으로 내려가는 내내 그 울음소리를 들으며 같이 울기도 했습니다.

그 후 차츰 횟수가 줄어들었는데, 아직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이렇게 저의 출근준비하는 모습을 관찰하곤 하네요^^; 유독 키가 작은 아이를 볼 때면 새벽에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나 때문인가, 자책도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새벽에 인사하고 간 날은, 퇴근 후 집에 오면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슬쩍 건네는 말이 있어요.

'엄마, 엄마 나가고 나서 울었어. 쪼금, 울었어.' 라고 말이에요...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