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띠 띠띠띠.
엇,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다. 엄마가 이제 집에 들어온다는 말이다.
하루종일 보고 싶었다. 안고 싶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엄마에게 달려갔다. 한 손에 갈색 가방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조금 지쳐 보인다.
아무튼 좋다. 엄마가 왔으니.
'엄마..'라고 말하며 안기고는 얼굴을 부볐다. 엄마 향이다.
'좋은 하루 만들었어?'라고 물어보는데, 조금 웃는 걸 보니 아까보다 기분이 좋아졌나 보다.
이제, 엄마, 아빠, 동생과 같이 넷이 앉아서 저녁 먹는 시간인데, 엄마는 운동을 한단다. 오는 길 차 안에서 빵을 먹어서 배도 안 고프단다. 식탁에 함께 앉아 있기만 해도 좋다고 말하고 싶은데, 오늘은 왠지 말해도 들어주지 않으실 것 같다.
엄마는 아빠 먹으려고 만든 고추장 비빔면을 두세 젓가락 뺏어 먹더니, 물로 가글을 하고 까만색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피아노 방에 들어가 파란색 매트를 깔고 빅시스라는 언니가 나오는 유튜브를 켠다. 어설프게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하는 엄마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난다. 엄마를 아는 친구나 우리 선생님이 보시면 진짜 웃기다고 할 거다.
저녁 반찬은 잡채였다. 고기랑 면만 골라서 후루룩 빨리 먹었다. 엄마가 자꾸 보고 싶어서였다. 얼른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고 엄마 옆으로 갔다.
화면 속의 키 큰 언니의 동작을 따라 해 봤다. 엄마는 나를 슬쩍 쳐다보기만 하고 다친다며 매트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어제 새로 연습한 피아노 곡을 엄마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땡땅땡땅 쳐봤다. 엄마는 제대로 들었는지 어쨌는지 운동을 멈추지 않고 '잘 치네'라고 한마디 말하는데, 영혼이 제로다. 그럴 거면 차라리 말하지나 말지.
거실로 나가서 책을 읽으려는데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온다. 심지어 만화책도 재미없다. 매트에 등을 대고 누워 뒹굴 거려도 내 눈은 엄마를 향해 있다. 회사에서 돌아오자마자 한 번도 쉬지 않는 엄마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맨날 사랑한다고 말한다면서 오래 안아주지도 않고, 다 거짓말 같다.
엄마 옆에 딱 붙어 있고 싶은데, 어디 앉기라도 하면 그 위에 털썩 눌러앉을 텐데, 계속 서서 돌아다니기만 한다.
운동 좀 그만하라고 두세 번 말해도, 우리랑 재미나게 오래 놀아주려면 운동을 해야 한단다. 땀을 내야 건강해진단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 지금 나랑 놀아주지 않고 운동하는 엄마가 싫다.
으휴. 화가 난다. 공기가 축축하고 덥기까지 하다.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그리고, 땀을 뻘뻘 흘리는 엄마에게 외쳤다.
"엄마, 지금 이렇게 누워 있기만 해도 땀나는데. 뭐 하러 운동을 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낫겠다! 그냥 여기 내 옆에 누워어~~~~!!!!!"
(퇴근 후 마치 미션 수행하듯 빨래와 바닥청소를 마치고, 건강 챙긴다며 운동 후 지쳐 잠들었던 하루였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 같아, 후회를 가득 안고 적어본 글입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써내려 가니, 그 마음이 더욱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의 생각과 감정 모두를 알기엔 부족할테지만요...)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