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최대한 일찍 와야해.

by 리유


엄마가 3일 동안 회사에 가지 않았다.


그 말은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이 될 때까지 매일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있었다는 말이다.

눈을 떴을 때 엄마가 침대에 있으면 따스한 품에 파고든다. 달큰한 향을 마시며, 나가려던 잠에게 다시 오라고 할 때 그 나른한 느낌이 좋다. 어떤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난 엄마가 양 볼에 뽀뽀를 하며 ‘좋은 날이 시작될 거야. 사랑해.’ 라며 잠을 깨운 적도 있다. 어제 아침엔 엄마가 옆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뿌연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는데, ‘그냥’ 좋았다. 씩 웃으며 ‘엄마 좋아’라고 말하니 엄마도 따라 웃었다. 해님이 방으로 들어왔는지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침과 점심, 저녁, 그리고 간식까지 모두 엄마랑 같이 먹었다. 엄마가 차려준 밥은 입에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먹을 만했다. 어제 점심에는, 김치볶음밥을 입에 넣자 마자 엄지 척을 해주었다. 엄마가 팔을 올려 머리 위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신나한다. 저녁에도 집에 있는 재료로 반찬을 만들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히 피자를 시켜주셨다. 밖에서 빵이나 브런치 세트를 사 먹은 적도 두세 번 있었다. 생과일 망고 주스를 배달해 먹었던 순간이 또 오면 좋겠다.


심심할 땐 주로, 지난 주 엄마가 사준 루루와 라라책을 읽었고, 얼마 전에 시작한 체르니 100번 피아노 연습도 했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학교 운동장에 나가서 철봉 매달리기, 50미터 달리기도 했다.

쌍둥이 동생과 둘이 엄마 아빠를 위한 공연도 했다. 작년에 엄마가 사준 하늘색 원피스에 스타킹까지 꺼내어 신고 왈츠인지 뭔지 모를 음악을 입으로 딴다란 소리내며 몸을 움직일 땐 부끄럽기도, 뿌듯하기도 했다. 손뼉 쳐주는 엄마를 보니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엄마의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칭찬을 자주 해준다는 것이다. 그저 재미있어서 책을 읽고 있었을 뿐인데, 집중을 잘한다며, 따스한 손으로 내 볼을 살짝 만지고 지나간다. 나도 모르게 웃으며 ‘엄마한테 칭찬받았어.’라고 오물거렸더니,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나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본다.


어제 저녁에는, 밖에서 더 놀고 싶기도 하고 팥빙수도 먹고 싶은데 둘 다 못했다. 8시가 넘었으니 이제 잘 준비를 해야 한단다. 징징거리며 침대에 누워있는데, 아빠가 뚝 그치라고, 무서운 목소리로 말한다. 더 큰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엉엉 소리를 낸 지 몇 분이 지났을 까.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땀으로 흠뻑 젖은 내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안아 주었다. 신기하다. 눈물이 쏙 들어갔다.

언제나 그랬다. 엄마가 있으면 마음이 금세 편안해진다.




그런데 벌써 월요일 밤이다.


엄마는 노트북과 마우스를 검은색 네모난 가방에 넣고 안경과 화장품을 갈색 손가방에 챙긴다. 내일이 되면 엄마는 회사를, 나는 학교를 간다. 학교 점심에 까르보나라 떡볶이가 나오는 거 말고는 좋은 게 쌀 한 톨만큼도 없다.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를 보고 웃어주는 엄마가 없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다.


치카를 하고 있는 엄마 옆에 가서 팔에 볼을 비비고 괜히 옆에 기대어 본다. ‘엄마, 회사 가지 말아. 엄마 좋아. ' 라고 두세 번 말해본다. 침대에 누워 책을 읽어줄 때도 엄마의 보드라운 팔을 꼭 잡고 있었다. 내일 늦잠 자서 회사에 못 갔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더니, 자꾸 그러면 회사에서 나오지 말라고 한단다. 일하는 게 재미있을 때도 있고 돈까지 버는데 다니지 못하게 되면 속상할 거라고 한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도 배우지 못하고, 생과일 망고주스도 지금처럼 자주 사 먹지 못한다고 한다.


다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차라리 회사 다니지 말라고 했다. 엄마는 나를 빤히 보다가 갑자기 사랑한다고 말하더니 엄마가 좋아하는 내 뽈록한 볼을 매만진다.



잠이 온다. 엄마한테 내일 아침에 나가기 전에 꼭 깨워달라고 했다. 새끼손가락 걸고 복사에 코팅까지 했다. 엄마랑 인사를 못하고 학교에 가면 하루 종일 기분이 별로다. 잠결에라도 인사를 하고 싶다. 그리고 그때 꼭 해야 하는 말이 있다.


‘엄마, 최대한 일찍 와야 해. 사랑해.' 라고.





(이 글은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아이가 했던 말과 행동을 보고 아이의 시선에서 적어내려가 보았습니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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