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싫어. 안 갈 거야.

by 리유


금요일이다.

엄마가 회사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일을 하는 날이다.

그런데도 엄마는 알람을 맞추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방 밖으로 나간다. 엄마는 알까. 금요일인 걸 알면서도 딸깍 하고 문 여는 소리에 잠이 깬다는 것을. 엄마가 회사가나 하고 마음이 철렁한다는 것을.

밖으로 나가도 더 자라고 할 게 뻔하니 그냥 눈을 감고 좀 더 누워있어 봐야겠다.




'이제 일어나야지, 8시 넘었어.' 상냥한 엄마 목소리다. 굵고 낮은 아빠 목소리보다 훨씬 낫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원래 7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나가기까지 30분 밖에 남지 않았다. 일어나려고 노력하는데도, 몸이 침대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살짝 눈을 감았다.

일어나라는 아빠 목소리에 시계를 보니, 10분이 더 지나있다.


휴, 오늘 아침은 정말 별로다. 잠요정이 눈꺼풀을 꾸욱 누르고 있어서일까. 온 세상이 반 밖에 안 보인다.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양말을 신고 바지를 갈아입었다. 티셔츠는 어제저녁에 학교에 입고 갈 옷으로 미리 입어 놓았다. 한 개라도 덜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식탁에는 언니와 나, 둘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아빠는 출근준비 한다며 머리를 감고 있고, 엄마는 방에서 노트북을 뚱땅 거리고 있다. 그냥 화면 보면서 손가락만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데, 저게 일하는 거면 차라리 내가 회사 다니고 엄마가 학교에 가는 게 훨씬 낫겠다. 그나저나 일을 꼭 해야 하면, 식탁에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하면 안 되는 건가. 우리랑 같이 앉아서 말이다.


밥알을 넘기는데 목구멍이 까슬까슬하다. 아무리 이빨로 씹으려고 해도 입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만 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가지가 않는다. 아침밥은 주로 주먹밥이다. 멸치, 장조림, 진미채 주먹밥은 백만번은 먹은 것 같다. 햄이 들어가 있으면 그나마 괜찮은데, 일주일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 오늘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나보다 10센티는 더 큰 쌍둥이 언니 그릇을 보니, 벌써 다 먹었다. 이걸 보면 아빠가 또 한마디 하실 거다. 아직도 안 먹었냐고. 가만히 있지 말고 씹으라고. 도 언니처럼 빨리 먹고 싶다. 그래서 저만큼 크고 싶다.


휴. 나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밥은 아직 두 숟갈 남아있고, 이빨도 닦아야 한다. 가방 메고 실내화 가방 들고, 마스크까지 챙겨야 한다. 아무리 서둘러도 다 못할 것 같다. 언니는 이미 모든 걸 다 하고 현관에 서 있다. 마는 아직도 노트북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나도 좀 봐주지.


학교 가기 싫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진짜 가기 싫다.


학교 안 갈 거야. 하고 으앙 울어버렸다.

자리에 주저앉아 으어엉 소리 내어버렸다.


엄마가 그제야 책상에서 일어나 왜 가기 싫으냐, 어디 아프냐, 학교에서 무슨 일 있냐 묻는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가기 싫다. 엄마랑 집에 같이 있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하고 그렇게 한참 엉엉 울기만 했다.


옆에서 한참을 앉아있던 엄마 표정이 무서워졌다. 늦어서 그런 거라면 지금 출발해도 5분만 지각하는 거니 괜찮다고 한다. 정말 못 가겠으면 선생님에게 못 가는 이유를 꼭 얘기해야 한단다. 그리고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교에 다녀야 한단다. 그게 의무란다. 의무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에게 학교에 못 간다고 말할 이유를 못 찾겠다.


눈물을 닦고 훌쩍거리며 일어났다. 가그린으로 입안을 헹구고 가방을 멨다. 엄마가 물수건으로 얼굴의 눈물자국을 닦아준다.


아빠가 차로 데려다준단다. 아빠 차에 타면 명히 혼낼 것 같다. 무섭다.

엄마가 내 맘을 알았는지 모자와 마스크를 챙기며 같이 데려다준다고 한다.


차에 엄마랑 같이 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리니 엄마가 같이 내려 안아주려고 한다. 빠른 걸음으로 교문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기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교문을 지나 학교로 걸어가는데 엄마가 나를 쳐다 보고 있는 것 같다. 뒤돌아 보니 엄마가 파이팅이라고 외친다. 사랑한다고도 말한다. 돌아가서 한번 더 안기고 싶었는데 냥 흘끗 쳐다보고 문으로 향했다. 지각할까 걱정은 하나도 안된다. 엄마랑 같이 있고 싶은 마음뿐이다.


교실로 들어갔다. 책가방을 걸고 필통과 교과서를 꺼내어 앉았다. 수업을 들으면 좀 괜찮아질까 했는데 여전히 엄마가 많이 보고 싶다.





매주 금요일 재택을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3시 즈음부터는 온전히 일에 집중을 못하기에 5시에 일어나 일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이 날은 우리 둘째 아이가 방문 여는 소리에 깼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잠을 설쳤는지 유독 아침에 일어나기를 힘들어했어요. 아침밥도 겨우 먹더니, 학교 가기 싫다고 울기 시작하는데, 처음 있는 일이라 많이 놀랬습니다. 아무리 타일러도 안되더라고요.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니, 혼자 주섬주섬 가방을 둘러메고, 신발을 신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학교로 향하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요. 최근 배가 아프다고 했는데, 몸이 힘든 건지, 학교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하고 말이죠. 그런데 그날 밤 아이가 말하더라고요. 그냥, 엄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었다고, 사실은 교문 앞에서 엄마한테 안기고 싶었다고, 학교에 도착해서도 머릿속에 엄마 생각만 가득했다고요.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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