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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하영 Aug 11. 2022

확실히 아는 것인가?

어른 학생들의 피아노 수업 시간

난 누구, 여긴 어디?


그들이 피아노를 치는 순간에는 그저 미로 속에 갇힌 듯, 안갯속을 헤매듯 치게 된다.

그들에게 옆에서 내가 말하는 것들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사실 옆에서 나는 꽤 반복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 계속 안 되는 것들을 수시로 다시 얘기해준다. 그러니 내가 알려준 건 그들도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학생들에게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는

“알지만 안돼요”


안타깝게도 나는 이것을 “안다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듣긴 했다, 이해는 했다, 요정 도지 않을까?

다시  부분만  찝어 알려준 대로 치게 하면 분명히  해낸다. 그때는 완벽하게 의식을 가지고 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악보를 계속 쳐내 가는 상황에서는 필요한 “ 순간에는 인지를 하지 못하고 넘어간다. 바로 뒤늦게 아차! 싶은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무수히 많은 그러한 순간들이 는데  가지 예를 들면, 손가락을 *, *그러니까 건반에서  번의 움직임이 다섯 손가락보다  많이 필요한 부분에서 손가락을 돌려 다음 건반을 치도록 되어있다. 이때에 내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내려가거나, 올라가야 하는지 인지를 한다면 손가락의 모양 자체가 준비가 되면서 알맞은 모양으로 바뀐다.

이러한 것들은 당연히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난 될 때까지 옆에서 잊어버리지 않게 얘기를 해줘야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곧, 준비, 지금이야! 여기” 1번! 턴! 돌려!”

그러면 내 어른 학생들은 억울하다.

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듣는 데에 스트레스가 1차로 오고, 스스로 분명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되는 데에 자신감 하락이 2차로 온다.

자신도 알고 하려고 했지만 안된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만 그 순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 그 이전부터 인지를 해서 알아야 그 부분을 알고 지나갈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안다”라고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은 문제가 되는 부분 이전에 그 부분을 인지를 했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내가 인식했고 “알고는 있어” 에서 끝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인지”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지 아닌지로 봐야 하는 것이다.

(인지 :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 지각, 기억, 상상, 개념, 판단, 추리를 포함하여 무엇을 안다는 것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용어로 쓴다. 심리)

 번의 반복적인 외침의 결과, 학생은  부분을 인지하게 된다. 크게 연습이 필요 없어도 스스로 인지만 해도   있는 부분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보통 “놓친다라고 이야기할  있다. 스스로 기억하려고 노력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있는 그런 부분들이.


내가 안다고 그저 쉬이 넘기지 않고 집중해서  부분을 확실하게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나은 결과를 가져올  있다. 보통 머릿속에서 ‘들었기 때문에 “안다”라고 생각하는데에서 멈추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내가 확실히 알기까지는 사실 노력이 필요하다. 확실히  것으로 만드는 . 내가 충분히 인지하고 해낼  있는 순간이 오려면 반복을 통해 정확하게  뇌가 지각할  있도록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하고, 자연스럽게  노력이 없이도 해낼  있는 것이 “안다라고 얘기할  있는 것이지 않을까?


사실 이 전의 “멈춤”에 관한 이야기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인지가 먼저 온다. 이 인지가 주는 시간이 나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고 적은 miss를 가져온다. 부족한 나의 부분에서 “인지”를 한 후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 호흡을 할 수 있는 시간, 그 작은 타이밍이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꽤 크다. 항상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레슨을 하면서 느끼는 부분은 일상에서도 이러한 연습과 같은, 혹은 악보를 보는 일들에서 매우 비슷하게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악보를 처음 보는 시간에는 특히 나의 사소한 본성이나 행동들이 묻어난다. 내가 서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나의 조급함이 어느 정도 인지, 나의 대처 능력은 어느 정도 인지, 순발력은 어느 정도 인지 처음 악보를 읽어가는 시간 동안 가장 많이 나온다.

학생들은  시간에 스스로를 많이 깨닫기도 한다. 피아노 수업은 이미 사회 안에서 능숙한 나의 모습에서 벗어나 어린아이 와도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 자신의 몰랐던, 혹은 잊고 있던 행동의 발견에 재미와  다른 성장의 포인트를 발견할  있게 되는 시간으로 보내는 수업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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