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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미진luckywoman Aug 03. 2020

아이재우고 먹는 라면 한냄비

가장 완벽한 한끼


나는 아이를 낳고 라면을 무척 자주 먹었다.


아이 이유식은 재료 썰고 쌀 불려


한시간씩 뭉근히 끓여서 식혀서 먹이고 보관하고 하면서도


내 밥 차려 먹을 시간은 없었다.





이래저래 두아이에 맞춘 하루를 살다보면,


정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허기지는 시간이 찾아오는데...


그럴때,


하루에 한끼정도는 라면에 밥말아서 배를 탕탕 두드려야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는 느낌이었다.





종일 바쁘다가 아이가 잘때,


잠시의 혼자만의 시간에 나는 라면을 끓였다.


그 라면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었다.


잠시 혼자만의 휴식 + 든든한 한끼 식사



쿨쿨 꿈나라에 간 아이가 아주 조금만 더 긴 여행을 하기 바라면서


보글보글 끓는 라면을 조바심으로 쳐다본다.


내가 좋아하는 약간 덜 익은 면발!!!


다 끓여진 라면냄비를 식탁에 옮기는 순간 


으애애애앵~ 우는 아이의 소리가 들리면


라면하나로도 감사했던 나만의 여유로운 식사시간이 


순식간에 라면으로 허겁지겁 떼우는 처량한 식사로 변해버린다.


멍~한 아이를 무릎위에 앉히고는 헐레벌떡 해치운 라면은 


텅~ 비어버린 냄비의 모습처럼 허 ~ 한 마음을 준다.



조심스런 바람을 가져본다.


누군가가


식사 도중 일어나지 않고 혼자서만 조용히 먹을 수 있는 한끼를 선물해준다면,


눈물나도록 고마울 것 같다.




두 아이를 4살터울로 낳아 어린아이 키우는 이런 생활을 몇년 하다보니...


이상하게 별로 먹고 싶지 않은데도,,,


아이만 잠들면 라면을 끓여야 할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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