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고마워
내 신랑은 집앞에서 일을 한다.
연애할때부터 지금까지 그랬듯 집앞으로 출근했다가 퇴근을 한다.
신랑은 농장을 운영하는데,
아침 저녁으로 2번 동물에게 여러가지 영양제와 함께 밥을 주고,
아픈것을 관리하며, 똥을 치우며, 이틀에 한번 물통을 닦으며,
깔끔한 성격처럼 본인이 정한 룰에 맞춰 깔끔하게 관리한다.
장마철인 요즘에는 곰팡이나지 않게 관리하느라 신경을 많이 쓴다.
그의 직장은 바로 집앞이라 나는 그 사람이 어떻게 일하고 얼마나 힘든지
곁에서 지켜보며 많이 알고 있다.
어떤일을 하는지 대략 어떤것이 힘들지 얼마나 피곤한지 많은 부분 알고 미안함과 고마움이 든다.
유달리 타인에게 감정이입이 많은 나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 소중한 반쪽이라서 그런지,
곁에서 지켜보는 그의 삶에 존재하는 고단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요즘처럼 더우면서 비가오고 습한 날에는 유달리 힘들어 한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신랑은 돈문제에 골치가 아프거나, 몸이 심하게 피곤하면
농장으로 갈때, " 아! 가기싫어. 아 일하기 싫다. 놀고싶다. " 라고 짜증을 내고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갔다.
들어올때도,
나 건드리지마 하고 얼굴에 써붙인채로 툴툴거리며 들어왔다.
나는 눈치가 보였다.
내가 그가 벌어온 돈으로 먹고 살고 있기때문인지,
어릴때 눈치밥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신랑이 일하느라 힘들고 돈문제로 머리아파하며 화난채로 집에 들어오면
가슴이 오그라들며,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나도 7살 3살 두 아이 육아에 남편 3끼식사에 파묻혀 살고 있지만은,
그래도 우리 먹여살리느라 고생하는 남편에게 늘 미안해하고 있다.
나는 지난 7년간 많이 참았다...
신랑의 기분에 맞춰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참고참다가 이야기 했다.
"여보 집에 들어올때, 당신이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으면 나는 눈치가 보여요.
가슴이 답답하고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겠어요.
당신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아요.
미안하고 고마워요.
그런데 당신이 일하고 들어올때 밝은 모습이라면 정말 고마울것 같아요."
그 다음 아주 오랜시간동안 잘 바뀌지 않았는데..
요즘 이렇게 습하고 더운 날씨에도 신랑이 집에 들어오며
아이들에게 웃으며 장난기넘치는 인사를 건내주었다.
몇일 지켜보니 신랑이 많이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고마웠다.
"여보 고마워 요즘에 웃으며 들어와주는것 알아.
내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힘든데도 지켜주어서 고마워."
"당연한건데 뭘.. 그동안 내가 나쁜놈이었네.."
내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때,
신랑이 귀담아 듣고 행동이 변화되어 주니 감사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지만
대화를 통해 조금씩 맞춰가며 앞으로도 잘 살아갈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