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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Sep 14. 2022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쓰다 보면 가끔 마음속 진주를 줍고 그래서.

'오, 나 말 잘하는데.'

나는 가끔 말을 하다가, 내가 하는 말에 스스로 감탄하곤 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지금 하는 말은 말을 시작했을 때에 계획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말을 하다가 내 말을 메모하는 진기명기를 보여주곤 한다. 내가 마치 명언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살려주면서. 어떤 때는 내 말을 녹음해두고 싶을 정도이다. 와우, 대단한데.

아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다가 나는 가끔 느낀다. 이건 얘 들으라고 하고 있는 말인가, 아니면 스스로 되뇌는 말인가. 이렇게 아들에게 이야기하다 보면 '큰 깨달음'이 올 때도 있다. 말하다 보니 알게 되는 뭐 그런. 그래서 나는 아들한테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외치곤 한다.

"윤군, 진짜 그렇지 않냐? 와, 나도 얘기하다가 처음 알았어."

아들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서 때마다 맞는 적절한 반응을 만들어 내준다. 대견한 녀석.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글이 안 써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최근에 주제를 주고 글을 쓰라고 하니까 갑자기 머리가 비워지는 기가막힌 현상을 경험했다. 이럴 때는 많은 생각을 뒤로하고 무조건 타자를 치는 것이 나의 방법이다. 그러니까 생각의 흐름대로 그냥 막 쓰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것들을 정리하다 보면 하나의 글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건 마치 '짐 정리'와 비슷하다. 아, 짐 정리. 나는 짐 정리를 정말 싫어하는데. 하지만 짐 정리도 막상 해 놓으면 마음이 가뿐해지듯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복작복작한 생각들을 다 타자로 쳐서 비워내고 나면 우선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 든다. 다음 작업은 이것을 정리하는 것이다. 다시 내 글을 읽다 보면 버려야 하는 쓰레기들이 보인다. 그럼 과감하게 버리자. 게다가 내가 몰랐던 진주도 보인다. 그건 주워야지. 그러니까 내 머릿속에는 진주도 있었다는 거다. 멋지지 않은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 머릿속에 있는 가끔 있는 진주를 찾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냥 수다를 떠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면 언제, 누가 들어줄 것이며 나도 어떻게 다 기억을 하겠는가. 말로 다 못하는 것을 적는 것이다. 가끔 진주도 나오고 또 가끔은 잘 다듬으면 어디 응모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오기도 하겠지만 우선은 내 한이라도 풀어보려는 것이다.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분이 있다면 천하의 영광이겠지만, 아무도 안 읽어주신다면, 적어도 내가 쓰면서 읽고 그러면서 키득키득 웃는 것으로 일단은 글을 쓰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쓰다 보니까 정리가 또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결국 스트레스를 푸는 도구로 글을 쓰는구나.

와우,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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