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에 대한 고찰
요즘은 서점만 가도 브랜딩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많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서점뿐만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 수많은 브랜딩 콘텐츠가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는 시대죠. 그렇다면 브랜딩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핫할까요? 이 시리즈는 비전문가도 쉽게 볼 수 있도록 브랜딩의 기원부터 변천사, 그리고 현대의 사례까지 안내하는 글이 될 겁니다.
평소 브랜딩에 관심은 있었으나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하는지 어려웠던 사람들을 위해 작성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약 3,500년 전 고대로 이동해 봅시다. 당신은 양치기가 되어 양 떼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들이 자꾸만 길을 잃고 헤매거나 다른 양 떼와 섞이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양치기들은 머리를 싸매고 이 문제해결 방법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양의 피부에 특별한 표식을 남기기 시작합니다.
(그림 1. 가축에게 찍는 표식)
Brand는 태운다란 뜻을 가진 노르웨이어 'Brandr'에서 유래된 말로 가축(혹은 사람)에게 자신의 소유를 구분 짓기 위해 새기던 표식, 즉 불타는 막대기란 뜻이었습니다. 고대 이집트부터 중세 유럽까지 불타는 막대기와 표식은 자연스럽게 'Brand'라는 단어로 불리게 됩니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낙인의 풍습, 그것이 바로 Brand의 시작입니다.
(그림 2. 낙인 도구)
약 2700년 전, 고대 그리스 상인들은 물건을 판매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모든 그릇과 도자기가 비슷해서, 누가 무엇을 팔고 있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던 것이죠. 양치기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도자기와 그릇에 작은 마크나 표시를 남깁니다.
이 마크는 어떤 장인이나 작가가 만든 제품임을 나타내주었는데, 그리스 사람들은 이 마크가 있는 제품들을 보면 원산지와 브랜드를 구분 지어 그 제품이 좋은 품질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림 3. 도자기 장인)
상상해 봅시다. 수많은 사람들이 싸우는 전투의 현장. 당신은 그 긴박한 순간에 적과 아군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다른 특징이 없다면 굉장히 어려울 것입니다. 약 900년 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던 기사와 귀족들이 있었습니다. 목숨이 오가는 전쟁의 순간, '내가 누구한테 공격을 받는 걸까?' 하는 어려움이 잦았던 것이죠.
(그림 4. 십자군 전쟁을 그린 영화 킹덤오브헤븐의 스틸컷)
그래서 이들은 중세시대의 토너먼트와 전쟁을 거쳐 '문장형 상징'을 만듭니다. 이건 마치 얼굴 없는 이름표 같은 것입니다. 각자 자신을 나타내는 색깔, 동물, 심지어는 꽃까지 포함해 디자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문장들은 갑옷과 깃발, 심지어는 고장과 성벽에도 새겨집니다. 이 문장들은 미래로 향한 기사의 길에 동행한 것이죠. 말로는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 문장을 보고 '저 색깔과 이 동물이면 우리와 동맹이야!' 하면서 기사들은 자기 동료와 적을 빠르게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5. 헤럴드리 로고인 영국 왕실문장)
이렇게 시작된 귀족의 문장은 Heralds(영국의 문장을 만들던 문장관)라는 말에서 파생되어 오늘날 Heraldry(헤럴드리) 로고로 불리게 됩니다. (헤럴드리 로고는 추후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18세기 후반, 미국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며 다른 나라들과 물건을 교환하기 시작합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요. 앞선 문제들과 같이 똑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상품들이 어디서 생산됐는지, 어떤 품질인지,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는지 알기 어려웠던 것이죠. 이게 소비자들과 무역 파트너들 사이에 불안한 상황을 만들게 됩니다. 그렇게 브랜드가 등장합니다.
회사는 자신의 상품을 구별하기 위해 자신만의 이름과 심볼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생겨난 단어가 Trade(무역)와 Mark(표시)가 합쳐진 Trademark(상표)입니다. 무역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표식이란 뜻이죠. 트레이드 마크를 사용한 브랜드를 보면, 소비자들은 어떤 상품을 사야 할지 알 수 있었고, 다른 나라와의 무역 파트너들도 어떤 회사로부터 왔는지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미국 브랜드는 미국 상품의 신뢰와 구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브랜드들은 미국의 상업 문화를 형성하고, 경제적 교류를 증진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매김합니다.
1870년, 미국 연방상표법이 제정되면서 사람 간의 약속을 넘어 제도로서 보장이 되기 시작합니다. 구분을 위한 원시적인 마크가 법으로서 보장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이렇게 미국 브랜드는 교역과 상품의 확실한 식별로 시작되었으며, 이는 미국의 경제 발전과 성장을 이끌었던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림 6. 미국의 밧줄브랜드, Samson Rope Technology의 1884년 출원한 상표)
앞선 내용이 재밌었나요? 저도 꽤 즐겁게 글을 썼는데요. 브랜딩은 결국 소유를 알아보기 위한 표식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색상, 그림, 언어, 모양까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들로 브랜드를 설명해 내죠. 아주 먼 옛날부터 브랜드를 사용했는데요. 복잡해진 현대에는 더 디테일한 브랜딩으로 세분화되게 됩니다. 다음 게시물엔 현대로 넘어오면서 정의된 브랜딩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