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맥모닝은 참 묘한 녀석이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생각난다.
스쳐 지나가 다시는 만날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인연이 살다 보면 한 번쯤 다시 스쳐가듯이, 잊고 지내던 맥모닝을 꼭! 반드시! 기필코! 먹어야겠다는 결심이 스치는 주말이 있다.
내게는 오늘이 그랬다. 맥모닝 강박신이 오셨다. 거의 반년 만인가.
늦잠을 자고 9시쯤 눈을 떴지만 침대를 벗어나지 못한 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중이었다. 어느 순간 '맥모닝을 먹어야겠다'는 -구체적으로는 '소시지 에그 맥머핀 세트 (+해시브라운과 따뜻한 커피)'를 먹어야겠다는- 강렬한 욕망에 휩싸였다.
맥모닝은 10시 30분까지만 주문이 가능하다. 나는 부리나케 일어나 씻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었다.
집 근처 맥도날드는 차로 가기엔 주차가 어렵고 걸어가기엔 멀다. 준비를 마치니 벌써 10시 10분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조금만 늦어도 오늘의 맥모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부대끼는 햄버거들이 매장 광고판을 채울 것이다. 빈속에 빅맥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더 조바심이 났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았다. 보통이면 브레이크를 잡았을 내리막길을 브레이크 없이 내려갔다. 다행히 거리에 행인이 별로 없어 맥모닝 강박에 휩싸인 나의 부끄러운 눈빛을 들키지 않았다.
도착 시간은 10시 23분. 7분은 충분한 시간이다. 나는 여유 있게 키오스크에서 소시지 에그 맥머핀 세트를 주문했다. 커피는 아이스로 골랐다. 자전거 질주로 몸이 달궈졌기 때문이다.
내 옆의 키오스크에서는 가족 단체 고객이 핫케익을 몇 개 주문해야 하는지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덕분에 그 뒤의 다른 젊은 부부가 초조하게 시간을 보고 있었다. 아마 이 부부도 나와 같은 맥모닝 강박에 빠져 있나 보다. 나는 부부에게 행운이 깃들길 바라며 자리를 잡았다.
곧 주문한 맥모닝이 나왔다. 소시지 에그 맥머핀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소시지와 치즈와 계란의 익숙한 맛들의 조합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거기에 머핀의 쫄깃함과 해시브라운의 짭조름함까지. 음, 근데 전반적으로 좀 짜긴 하다.
짜고 느끼한 맛은 다행히 커피로 커버할 수 있었다. 특히 아이스커피를 주문한 덕분에, 입 안의 짭조름함을 빠르게 중화시킬 수 있었다.
분명 어제 자기 전까지만 해도 맥모닝은 계획에 없었는데, 여기서 맥모닝을 먹고 있다니 참 모를 일이다. 따뜻한 커피를 먹고 싶었으나 아이스를 마시고 있는 걸 보면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 일이라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의 욕심 말고는 별로 바뀐 게 없다. 맥모닝을 먹고 싶어 한 것도 나고, 아이스커피를 마신 것도 나다. 세상이 바뀌면 나는 그저 세상에 종속되어 바뀜을 당하는 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매 순간의 변곡점에서 하루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나이며, 특히 나의 욕심이다. 그러니, 나는 내 욕심의 변화를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고 괜찮은 방향으로 유도해 보는 것이 좋겠다.
'홀짝'
마지막 남은 커피를 마셨다. 얼음이 살짝 녹은 아이스커피는 묽어서 맛있다. 여기서 맛있다는 것은 목 넘김이 좋으면서도 최소한의 커피향이 느껴져 부담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욕심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가끔의 맥모닝처럼 작고 사소한 것들로 변덕을 달래 주는 일 또한 나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