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자기계발 이야기
입사한지 4년차에 들어설 쯔음에, 그러니깐 약 2년전에 중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배웠으니 처음은 아니지만 어찌됬던 자발적으로 배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나마 대학교 2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중국어 발음만 2주간 배우적이 있어서 다행이 다시 처음부터 배우기로 결심했을 때, 성조를 보고 더듬더듬 읽을 수는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好久不见정도는 기억이 나는 정도랄까. 그 당시 나의 목표는 여행사에 취직을 하는 것이였고 그러기 위해선 외국어 하나는 구사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영어회화도 완전 초보였기 때문에 영어나 제대로 배우자며 영어로 수업을 하는 유럽 국가로 교환학생을 1년 동안 다녀오기도 했다. 학교다닐때 중국어는 아예 관심 밖이었다.
내가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건 지금하는 일이, 지금 직장이 싫어지면서이다. 막내시절 나는 운이 나쁘게 상사의 잘못된 지시에 모든 팀원이 휩쓸려 징계를 받았고, 다음 팀에서는 인간적으로 너무 못된 팀장을 만난 것에 모자라 성과도 전체를 통틀어 최하위를 기록했다. 울면서 출근하는 날들이 늘어나고 질질 강제적으로 끌려다니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숨구멍이 필요했다. 그 시절에 독서모임도 나가고, 자기계발 강의도 들으러 나가고, 취미로 그림도 그려보고, 운동도 해보고 여러가지를 시도했다. 그러다 그 모든게 단발성이 되고 제대로 남은게 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거 같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직장을 나가서도 계속적으로 써먹을 수 있을한 뭔가를 가지고 싶어졌다. 그 때쯤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의 반복되는 질문은 '취미가 뭐야?', '쉬는 날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 이런류였는데, 우연히 회사에서 오랜만에 동기와 마주쳤다.
이런저런 대화 속에서 나는 질문을 던졌고 '요새 취미가 뭐야?'에 친구의 대답은 '중국어 배워'였다. 사실 일하면서 중국어를 쓸 일은 거의 없다. 가끔 중국인 고객을 만날 일이 있긴 한데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어자격을 따면 개인성과에 가점이 되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코딱지만한 비중이다. 그치만 '아, 중국어 잘하면 언젠가 회사 그만 두고도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려나?' 라는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이제와서 중국어 배운다고 어릴때부터 유학다녀온 얘들보다 잘 할 수 있으려나', 괜히 이것도 시간낭비 아니야? 라는 생각과 '쟤도 한다는데 나라고 왜 못해'라는 마음이 충돌했다. 그 때 그나마 자기계발 강의 들으면서 얻은 한가지 믿음. '배워서 남주나' 아 배우면 어디다가 써먹을 때는 있겠지. 정도의 마음이 들자 나도 한번 배워볼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당장 내가 책을 펼쳐서 공부하기는 싫고, 출퇴근 대중교통도 힘든데 쉬는날까지 학원까지 왔다갔다 이동하는 것도 싫고해서 가정방문 학습지 수업을 신청했다. 그리고 일부러 시간도 쉬는날 제일 오전수업으로 잡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거의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고양이 세수만 하고 선생님을 맞이했다. 어찌됬든 나의 믿음은 단 2가지 였다.
1) 배워서 남주나. 일단 배우면 써먹을 때가 있겠지
2) 중간에 포기하지만 말자. 꾸준히하면 10년 뒤면 말문터지겠지. 그래도 못하면 내가 똥멍충이고.
그래서 쉬는날 아침마다 반강제적으로 일어나 수업을 강행했다. 정~말아무생각없이 했다. 멍하니 따라 말하기만 하다가 시간이 끝날때가 많았는데 오후에 정신차리고 나면 그제서야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지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는 공부하지 않았다. 나의 목표는 오로지 일주일에 한 번 수업 빼먹지 말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새 기본이 조금씩 쌓여졌는지 안들리던 중국어가 들리고 아는 글자들도 많아지기 시작하니 조금씩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요새는 그래도 계속 매일 재미있진 않기 때문에 어떻게 재미를 유지할 수 있을까를 연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