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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떫음 Sep 07. 2022

새로운 세계

떫은생각_2022. 3. 10

일상이 지나가고 또 다른 일상이 찾아온다.

Christopher Vogler의 ‘영웅의 여정’ 이론에 따르면, 영웅(=주인공)의 여정 중 제1막에선 가장 먼저 ‘일상세계’가 드러난다.

새로울 것 없는 일상에서 그가 지내는 환경과 그의 성격, 또는 그렇게 살아온 듯한 그의 모습, 평범하지 않을 지라도 그에게는 평범한 보잘 것 없는 일상으로 시작한다.

곧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으로 전개되면서 일상세계는 낯선 세계와 극명한 대조가 이루어진다.

그렇게 두 번째 단계인 ‘모험에의 소명’이 시작된다. 무언가가 일상세계를 치고 들어오고, 그에게는 어떠한 도전을 향한 의문성이 생긴다.

영화 <관상>을 예로 들면 송강호에게 김혜수가 찾아와 한양으로 가자는 제의를 하는 장면이 그렇다 할 수 있다. 처음 영웅은 그 소명을 거부하다가, 곧 첫 관문을 통과하며 이야기는 제2막으로 넘어간다.

모든 스토리, 즉 신화, 민담, 꿈 등 모든 스토리는 이러한 형태를 지니기 마련이다.

친한 언니 A의 개인 사정으로, 이번 주부터 내가 글 과외를 무상으로 해주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웠던 인물론을 바탕으로 회사에서 틈틈이 필기했던 자료를 문서로 정리해냈다.

그리고 보글러의 개념부터 가르쳐주는데, 언니가 모든 보편적인 스토리의 형태 중 ‘꿈’에서 질문을 꺼냈다.

꿈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전개인데 그것이 ‘보편적’인 스토리에 해당이 될 수 있는 걸까?

나는 꿈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것이 개꿈이든 뭐든 꿈을 꾸었을 때 그것에 대한 의미를 항상 홀로 분석하거나 파악하곤 한다. 매사에 예민하게 군다, 라기 보다는 꿈은 내 일상 속 증거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요소이다.

자아가 있으면 의식, 그리고 그 다음에 무의식의 세계가 존재하는데, 그 무의식의 세계는 빙산의 일각과도 같이 표현된다. 아주 깊이 잠들어있는 무의식의 세계는 우리 자아 스스로가 진입할 방법이 없다. 우리 인간이 평생 모른 채 살아가는 아주 깊숙한 심해 속이란 거다.

꿈은 그 무의식의 반영이다.

무엇이 있든 간에, 무의식 속 무엇인가들을 집어내 꿈속에선 하나의 스토리로 보여진다.

이번 주 약속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꿈속에서 그 친구의 모습이 나왔다. 그만큼 내 무의식 속에서 친구를 떠올리고 있었나보다. 아무리 말이 안되는 스토리라고 해도 결국엔 꿈 또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태몽을 들어보자.

엄마라는 사람이 꿈속에서 길을 걸어가고 있다가 커다랗게 빛나는 자두를 발견한다.

이후 부부 사이에서는 딸이 태어난다. 이는 해몽, 즉 또 다가올 새로운 세계에 대한 암시이자 비유도 된다. 그래서 다른 스토리 속에서는 꿈은 그러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꿈이 말도 안 되는 건 당연하다. 누가 길을 걷다가 갑자기 빛나는 자두를 발견하겠는가.

그럼에도 ‘누군가’가 ‘무엇을 하다가’ 무엇을 ‘발견하고’ 감정을 ‘느낀다’- 이 자체만으로 문장이 되고, 문장은 곧 끝이 맺어지는 하나의 상황이자 이야기다.

현실 속에서는 말이 되지 않아도 꿈 속 세계관에서는 그 또한 당연한 전개이자 이야기다. 고로 나는 A에게 꿈 또한 하나의 스토리와 마찬가지라며 여러 설명을 덧붙였다.

가벼운 꿈조차도 살펴보면 우선 대체 뭐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난데없는 요소들이 출연한다. 현실에서 깨어났을 때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 물론 해몽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그만큼 내 평상시의 심리들이 비유되는 것이 아닐까.

동창들이 나오는 꿈은 과거에 대해 그리워하는 마음이 강하다는 뜻이라며 해몽이 나오곤 한다. 대뜸 아주 오래전인 과거를 강하게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은 즉 현실에서의 생활이 힘이 겹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전혀 그렇지 않던 사람이 가위에 눌리며 악몽을 꾼다는 건 그만큼이나 심리가 불안정하고 기가 약해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나는 그런 이유들로 인해, 또한 꿈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는 편이기 때문에 평상시에 꿈을 무시할 수가 없다.

전 날, 만나기로 했던 그 친구에 대한 꿈을 꾼 날, A로부터 꿈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친구는 날짜를 잘못 알고 있었기에 결국 그 당일 날에 급하게 만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이렇게 이어지는 그 작은 단서들이 새로웠다. 그리고 그 친구를 만난 후의 생각에 대해 나는 평소와 다른 행동을 취하기로 결심했다. 모험에의 소명이 시작되었다.

내 일상에서 또 다른, 새로운 일상이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나 끊임없는 모험(=이야기)이 저마다 하나의 인생을 이루고 있다.

영화 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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