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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떫음 Sep 07. 2022

물거품

떫은 창작_2022. 3. 11

목구멍에 가시가 박힌다.

한 박자씩 천천히 침을 꿀꺽 삼킨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래도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온 몸에 힘이 빠지지만 나름 잘 지탱했다. 거의 기어가듯이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은 항상 공기가 차갑다. 그래도 탁하지가 않아 오히려 상쾌하다. 나는 내 방에 있지만 내 방 안의 화장실은 이 방의 또 다른 방이 된다. 문을 닫으면 아무도 모르는, 아무도 침범하지 않는 공간. 발가벗은 나체로 나를 마주해도 아무도 보지 않는 공간. 욕실, 몸에 쌓인 노폐물을 물거품과 함께 씻겨 내리며 오롯이 온기를 느낀다. 거품과 함께하는 나는, 인어공주가 된다.

거품, 물거품. 사랑은 거품. 부대끼며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랑. 씻지 않으면 그 흔적은 물보다도 진한 지저분한 것. 조금씩 피어오르다가 어느 순간에 툭, 하고 터져 영영 흩어져버리는 거품. 거품은 사랑.

무언가를 씻어 내려간 내 볼품없는 나체를 마주한다. 거울 속에 비치는 욕실의 문으로부터 검은 형상을 한 사신이 슬그머니 다가와 반짝이는 낫을 내 목덜미에 가져다 대는 상상.

당장에라도 끌려갈 것만 같지만 다시 눈을 뜨면 공허한 공간. 환풍기의 공기가 돌아가는 소음. 축축이 젖은 바닥. 그곳에 곤두박질치는 물방울. 하나, 둘. 내 몸으로부터 떨어진다. 한 방울, 두 방울.

완전한 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욕실. 욕실은 온화하면서도 여전히 차갑다. 쾌쾌한 나는 물거품과 함께 사라지고 욕실에선 한 층 생기가 도는, 살아있는 육체가 나온다. 뚝뚝, 떨어지는 물줄기. 닦을 생각도 없다. 그저 그렇게 흔적으로 남았으면.

물은 말라 사라지는데, 비누 묻은 거품은 더 오래 남지 않나?

인어공주는 물거품이었으니 상관없나.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눈앞에 보이는 새 물을 한 모금, 두 모금 삼켰다. 목구멍에 가시가 박힌다.

옷을 갖추고는 다시 거울을 본다. 흐릿하고, 먼지 쌓인, 지저분한 거울. 거울은 나. 나는 거울.

약국에 가서 진단키트를 사온다.

허둥지둥 뜯어서 거울 앞에서 면봉으로 코를 쑤시곤 재채기를 한 번 한다. 시원하지도 않다.

순식간에 드러나는 음성. 나는 정상이다.

정상이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아프고 싶지도 않지만 어찌 보면 아플 것을 기대했다.

나는 물을 마시고, 체온을 느끼고, 수분을 받아들였다 다시 배출해낸다.

물을 묻히고 훑어낸다.

물. 저 바닥에 떨어진 물은 내 물. 내 몸에서 떨어진 물. 내 몸 속에도 물. 나는 물. 물은 나.

차가운 물. 물거품과 사라지는 물.

물,

그렇게 흐르듯이 사라지리.

이불 속에 잠긴 나는 긴 꿈을 꾼다.

눈을 뜨면 수면 위다. 내 몸에는 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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