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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 톰의 친구 멕켄지

연애는 못하지만 착한 내 친구

by 감남우

'500일의 썸머', 톰의 친구 멕켄지

500일의 썸머는 인생 영화 1순위이다.

매번 영화 관련된 글을 쓸 때마다 가장 먼저 쓰는 영화이기도 하다.

매번 볼 때마다 기가 맥히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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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톰과 썸머의 500일 동안의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상당히 현실적이어서 고등학생이던 나에게 연애관을 박히게 해 준 영화이기도 했다. 이별 후 위안받고 싶을 때마다 찾아보고 사운드 트랙이 너무 좋아서 CD플레이어가 없지만 사운드트랙 CD도 구입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톰과 썸머가 아닌 톰의 친구 맥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이다.

바로 이분이 맥켄지

우리 주변에 한 명쯤은 있어 보이는 친구이다. 파마한 머리에 어리숙하게 생겼지만 영화 속에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친구이다. 한 번은 너무 맘대로라서 같은 직장동료의 결혼식도 간다고 했다가 "늙은이들이나 가는 거야~" 라며 변덕을 부리기도 한다. 여기서 톰이 결혼식장에서 썸머를 만날 것을 예상했으면 맥켄지는 진국이 되는 거다. 결론적으로 만났으니 예지력도 어느 정도 있는 인물이다.


또 술을 엄청 좋아해서 회사 동료의 약혼을 축하는 파티에서도 샴페인을 미친 듯이 마신다. 물론 근무시간에... 회식자리에서도 술을 미친 듯이 마신다. 술에 취해 노래방에서 깽판 친 거 보면 전형적인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인간 아니 사람 중 한 명인 듯하다.


뭔가 비호감일 것 같지만 영화 속에서는 감초 역할을 똑똑히 해낸다. 톰이 썸머와 썸을 탔다가 끝난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친구 폴은 '그녀가 레즈비언인가? 남자 친구가 있는가?'라는 궁금증을 호소한다. 이를 해결해주는 맥켄지. 회식자리를 빌려 톰과 함께 그녀의 정보를 캐낸다.

그리곤 썸머에게 톰이 썸머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달해주기도 한다. 정말 멋대로인 친구. 그대로 서먹서먹했으면 뚜까 패야 되는데 뭐 연애를 성공한 톰에겐 정말 소고기를 사줘야 할 친구이다.


톰 친구로서 할 일이 몇 가지 있는데 바로 연애 상담이다. 멕켄지와 폴, 둘이서 톰의 고민을 상당히 잘 들어준다. 여기서 바보 같은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톰이 썸머의 관심을 끌려는 모습에 비웃기도 한다. 하지만 톰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가장 안타까워하는 진심 어린 친구이기도 하다.


맥켄지는 영화에서 사랑에 대해 '그딴 거 모르고 여자가 귀여우면 된다'라고 말한다. 자기는 귀여운 여자가 좋단다. 사실 맥켄지는 마지막 여자 친구가 7학년 때 있었고 만난 지 3시간 만에 헤어졌다. 미국에서 7학년이면 중학교 2학년인데 이후 한 번도 여자 친구를 못 만난 거겠네. 톰의 이런 발언 이후 멕켄지가 표정이 썩어지는 건 상당히 볼만하다.


톰이 썸머와 헤어지고 회사를 그만두면서 '카드로 자신의 감정을 대신 전해주는 건 비겁한 일'이라며 '감정은 우리가 제일 잘 알아야 한다'라고 한다. 맥켄지는 이 말에 박수를 친다. 감명을 받아서 박수를 쳤다기보다는 아마 맥켄지가 제일 잘하는 일이라서 그러지 않았을까?

맥켄지가 회의 때 발표한 '또 다른 어머니의 날'은 감사 편지에서 말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내용이다.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또 다른 어머니'라고 하면 새엄마?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다른 사람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은 소재를 당당히 발표한다. 이를 봤을 때 맥켄지는 톰이 말했던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야 한다'라는 것에 대해 제일 잘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감정에 가장 솔직한 인물이니깐.


우리 주변에 맥켄지 같은 친구들이 몇 있다. 연애 고민은 진짜 잘 들어주는데 정작 본인은 연애를 할 생각도 마음도 없는듯하다. 인생 혼자 살다 혼자 갈 것만 같은 놈. 사실 이런 친구들이 진국이라는 것은 우리는 잘 안다. 매번 톰과 동일시하는 나이기 때문에 맥켄지에게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들의 찌질한 모습은 수십 번을 봤기 때문에 잘해줘야 하는데 매번 고맙다는 말하기보다는 욕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더라.


그래도 친구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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