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원망으로 부터 도망
나의 인연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서로의 웃음으로 이어졌던 날들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슬픔이 이성을 삼켰다.
도망치는 이유조차 모른 채,
마음이 향하는 대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종착점에 다다랐다.
친구들의 전화와 메시지를 무시한 채,
그 자리에 멈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예뻤다.
내가 본 하늘 중, 가장.
하늘은 고요했다.
내 마음과는 정반대로,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 평온함이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로.
숨이 차올랐다.
목 끝까지 차오른 슬픔이 터져 나왔다.
나는 울었다.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처절하게.
그 마음을 모르는 듯, 세상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허망했다.
나는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데,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복했다.
결국, 나는 종착의 끝에 도달했다.
그제야 내가 도망친 이유를 깨달았다.
그건 배신의 여운도, 인연의 끝에 남은 한 줄기의 잎사귀도 아니었다.
머릿속을 스친 단 한마디뿐이었다.
‘그들이 날 버린 게 아니라,
내가 그들을 버렸구나.’
차가운 바람이 귀를 스쳤다.
그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눈물이 흐르는 채로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들려온 첫마디는
내가 간절히 바라던 위로나 걱정이 아니었다.
“너 진짜 왜 그러니?
너 때문에 친구들이 걱정하잖아.”
전화를 끊었다.
들리지 않는 원망의 소리 속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가족도, 친구도,
다 나의 잘못만 따진다.
그냥… 포기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살아남았다.
그 뒤로 나는 감정도, 행복도, 생각도 잊은 채 살아갔다.
그저 내가 어디로 가는지만 생각한 채로.
밤마다 울리던 슬픔은 이제 소리 없는 바람이 되었다.
죽기 두려워 살아가고,
사는 게 두려워 잠만 잔다.
하루, 이틀, 그리고 또 하루.
나는 점점 희미해졌다.
나의 마음은 연필로 색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