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

모든 건 결국 나였다.

by 까미

바람이 되어 사라진 나의 눈물은 다시 돌아와,
허망함으로 내 뺨을 적셨다.

처지가 한심했다. 역겨웠다.
종이 울리는 줄도 모르고 웃었다.

다시 돌아간 그곳은,
내 슬픔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그저 평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자기 비하의 끝에 다다른 생각들이
숨 쉴 틈도 없이 날 짓눌렀다.
그래서 난, 여전히 도망쳤다.

···

점심시간.
한때는 기다려졌지만,
이젠 그저 견뎌야 하는 시간이다.

그래도 버티기 위해
나는 절친들이 있는 반으로 갔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상했다.
행복도, 즐거움도 아닌 감정.
질투였다.

그 웃음소리는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가가
같이 웃었다.
그게 나의 최선이었다.

그때 나는 몰랐다.
내 마음속에,
조용히 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는 것을.

어쩌다 잡힌 약속.
예전처럼 설레지 않았다.
시험이 다가오는 것처럼 묘하게 불안했다.

침대에 누워 정리되지 않는 머릿속을 뒤로한 채
눈을 감았다.

느리게만 갈 것 같던 시간은
약속의 날로 나를 데려갔다.

집을 나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친구들의 전화와 메시지를 무시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듯
미친 듯이 아름다웠다.

노래방에 도착했다.
불길한 마음을 뒤로한 채
웃음과 욕설이 섞인 소리가 가득했다.

사람은 언제나 방심한다.
다가올 일도 모른 채.

내 차례가 되어 노래를 부르자
친구들은 웃었다.
그 웃음이 비웃음처럼 들렸다.

참지 못했다.
손에 쥔 마이크가 떨렸다.

순간, 터져버렸다.
마이크로 머리를 내리쳤다.
그리고 소리쳤다.

모두가 멈췄고,
나는 뛰쳐나왔다.

닫힌 문 뒤에서
알 수 없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친구들은 나를 쫓아와 비난했다.
“야, 뭐하냐? 노래 못 부르는 거 가지고 놀릴 수도 있지.”

그 말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1년 전 그때가 떠올랐다.
그때처럼,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줬다.

억울했다.
숨이 막혔다.
트라우마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친구들과 말다툼이 이어졌다.
감정이 섞인 말들이 오갔다.
그러던 중, 지각하던 다른 친구가 도착했다.

그 친구는 상황만 듣더니,
아무 망설임 없이 그쪽 편을 들었다.
그리고 날 비웃었다.

그 순간, 모든 게 무너졌다.
내가 틀린 것도 아닌데,
왜 항상 내가 욕을 먹어야 하는지.

억울했다.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건 배신이었다.
내가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느낀,
가장 날카로운 형태의 배신.

“손절이야.”
그 말을 내뱉고, 그대로 돌아섰다.

뒤에서 놀란 친구들이 쫓아왔다.
잡으려는 손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난 그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달렸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이었다.

작가의 이전글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