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임 날 좀 보소!!

소멸시대 지역경찰 - 2화 '시골로 스며든 보이스피싱'

by 푸르름

“이주임 이주임!! 이거 보이스 피싱 맞는지 확인 좀 해주소”

점심을 먹은 나른한 오후 1시. 112신고가 아닌 파출소 전화기로 한 달째 익숙한 번호가 어김없이 걸려오자, 받기도 전에 환청이 들리는 듯하다.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전화는 무조건 받아야 하기에 재빨리 수화기를 든다.

“아이고 어르신. 이번에는 또 어떤 일이세요”

“이주임!! 아 다른 게 아니고. 이번에는 글쎄 경찰청에서 내가 잘못했다고 돈을 입금하라는 거야. 이거 확인 좀 받고 싶어서 지금 파출소로 가고 있어.”


어떤 경우에도 공공기관이 사적으로 돈을 요구하지 아니한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나는 김노인이 어떤 말을 해도 나를 찾아올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 아마 이 전화도 3일 동안 내 출근 시간대가 언제인지를 찾고 찾은 끝에서야 전화 시도를 한 것일 것이다.

김노인이 특히 나를 괴롭히기 위해 이토록 전화를 계속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너무나도 믿기에 한 달 동안 찾아오고 있다. 김노인과의 만남은 파출소로 발령받은 지 겨우 2달이 지났을 때 112 신고 출동 때 이뤄졌다.

당시 신협 직원에게서 어느 노인분이 수 천만 원을 입금하려는데 보이스피싱 같다는 신고를 받고 황급히 출동하였다. 도착하였을 때 김노인은 은행원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김노인에게 진정하라며 어떤 일이냐 물어도 “아니 지금 내 아내가 인천공항 나가려다 FBI에 억류가 되어있다니까!! 돈을 줘야 한다고!! 너희들이 책임질 거야!! 아니 우리 마누라 끌려가면 책임질 거냐고”라며 우리에게도 화를 내었다.


한마디만 들어도 보이스피싱 냄새가 팡팡 나는 것을 알겠는데 김노인만 사색이 되어 모두에게 화를 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본인의 아내가 죽음의 문턱에 있는데 주변 사람들은 담담하게 속고 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일 듯하였다.

우리는 아내 인적사항과 번호를 물으며 김노인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누가 그런 전화를 했는지 핸드폰을 보여달라 하였다.

씩씩거리던 노인은 우리에게 말이 안 통한다며 대뜸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직접 전화해봐”라며 나에게 넘겨주었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괴상한 단어를 반복하더니 Who are you no police no police만 외쳤다.

은행원도 안 믿고 경찰도 안 믿는 김노인에게 믿음이라도 줘보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영어를 뱉어야 했다. 영어를 마지막으로 사용해본 때를 아득하게 떠올린 나는 우습게도 영어 팝송 words의 가사를 빌렸다. 나는 팝송 문장을 기계처럼 떠올려 속사포로 이 상황을 정리하고선 노 보이스피싱 노 보이스피싱 “never make voice phishing again” 하며 전화를 끊었다.

“뭐요 어떻게 된교” 내가 뭐라 했는지 알 턱이 없는 김노인은 나의 영어 실력을 믿는 듯해 보였다.

“이놈들 사기꾼이에요 내가 아내를 데리고 있는 직원 이름과 소속을 물으니까 먼저 끊잖아요” 다시 전화를 걸자 다행히 상대방은 바로 전화차단을 한 상태였고, 내가 아는 모든 콩글리시를 동원한 2분간의 사투를 벌인 덕인지 김노인은 그제야 우리를 믿어주었다.


김노인이 조금 믿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승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냅다 ‘자 사기인거 이제 믿죠? 이제 집에 가시죠’라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또한, 이 전화로 실제로 아내가 문제 되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파출소로 날 찾아오시라고 말하고는 김노인을 안전하게 귀가시켜주었다.

이때는 몰랐다. 김노인이 나를 chat GPT처럼 여기는 줄은


그때부터 김노인은 시도 때도 없이 나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하였다. 이미 링크를 눌러 복제된 핸드폰은 포맷해도 폰 자체를 바꿔야지만 해킹 앱이 사라진다고 말했지만, 김노인은 핸드폰을 바꾸기는커녕 포맷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보이스 피싱범은 이상한 문자나 카톡을 계속 보냈고 김노인은 그때마다 나에게 물어보기 일쑤였다.


다음 근무 때는 딸 친구에게서 돈을 부치라는 링크가 왔다며 확인했더니 외국 여자가 조잡한 번역기를 돌린 것이었고, 며칠 뒤 친구가 병원비를 보내라고 했다며 확인해달라고 한 핸드폰 번호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전부 베트남어였다.

5번째로 농협에서 전화 온 것이 진짜인지 확인해달라 김노인이 찾아왔을 때 나는 보이스피싱범에 표적이 된 것 같다고 반드시 핸드폰을 바꾸라고 조언해주었으나, 피해 본 것도 없고 핸드폰은 추억이 많아 바꿀 수 없다고 하였다.


한 달 동안 5번을 찾아오는 김노인을 보며, 그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는 참으로 보이스 피싱범들이 질기고 나쁜 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을 때까지 계속할 심산인지 외국 발신 번호를 계속 바꿔대며 ‘FBI 사칭’, ‘번역기 돌리는 딸 친구 사칭’ 같은 허무맹랑 한 것부터 ‘부고 문자 링크 보내기’ ‘농협 대출 문자 보내기’ 등 존재하는 모든 피싱 방법은 다 부리는 것 같았다.


그때마다 김노인은 “이주임 있어요?”라며 우리 파출소에 전화를 걸었고 내가 출근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직접 찾아와 보이스 피싱 여부를 확인받곤 했다. 그리고 한참 뒤 나를 만나야만 안심하고 귀가하셨다.


이윽고 피싱 문자가 6번째에 이르자 그 옛날 제갈량이 맹획을 굴복시키기 위해 7번을 사로잡았다가 7번을 놓아준 칠종칠금의 고사가 떠올랐다. 보이스 피싱범들은 노인분을 7번 시도하였다가 놓아주며 노인이 항복할 때까지 말려서 죽이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경찰인 내가 포기할 때까지 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서울경찰청 경위’에게서 연락이 왔다며 경찰사칭 카카오톡까지 보여주자 나는 다시 강력하게 핸드폰을 바꿀 것을 강권하였다. 만약 바꾸지 않으면 더는 나를 찾아오지 말라고 투정도 부려보았다. 그리고 살짝 MSG를 쳐서 이렇게 계속 보이스 피싱범들에게 노출이 되면 가족이 모두 위험하다고 하였다.

“아 알았다 알았어. 이주임이 그렇다면 그렇겠지. 어차피 곧 인천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가는 김에 핸드폰이나 바꾸요. 그동안 참으로 귀찮았을 텐데 매번 알려줘서 고맙소.”

하필 마지막 만남에 투정을 부린 것이 못내 미안했는지 나는 비타500을 꺼내어 손에 쥐며 핸드폰을 바꾸면 어떤 경우에도 링크를 누르지 말라고 알려주었다. 김노인은 고맙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고는 그렇게 경찰서를 나갔다.

이후로 김노인은 연락이 되지 아니하였다. 내가 근무하지 않는 날 파출소 공용핸드폰으로 이주임 보소!! 라며 그동안 고마웠고 핸드폰을 바꾼다는 마지막 문자를 보낸 게 다였다.

때때로 오늘은 안 오려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경찰 생활을 하며 그토록 누군가가 나를 믿고 도움을 청한 것이 처음이었기에 조금 허전한 듯하다. 그래도 더는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핸드폰을 바꿔 보이스피싱범들을 벗어났다는 이야기라 흡족한 마음도 들었다.

수사과에 있을 때부터 지긋지긋한 보이스 피싱은 이제 어느새 그 수법은 악랄해지고, 작은 시골 곳곳에 그 마수를 뻗치고 있다. 김노인 뿐만 아니라 많은 노인분이 링크를 잘 못 눌렀다가 좀비 핸드폰이 된 채로 파출소를 방문하기도 한다.


지역 경찰에 신분에 불과한 나로서는 보이스 피싱범들을 일격에 소멸시킬 수도 없고, 그들을 추적해 잡기도 어렵다. 다만 김노인과 같은 지역의 취약계층들 곁에 나는 바퀴벌레들을 주기적으로 박멸하며 범죄가 사라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서 더는 김노인이 이주임 날 좀 보소! 하던 외침이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Tip

- 간단하게 악성 앱이 깔려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티즌 코난’을 깔면 된다.

- 1년 동안 ‘시티즌 코난’ 앱을 깔아준 뒤에서 가장 많이 나온 가짜 앱은 ‘농협, 신협’ 가짜 앱이다. 실제 어플과 아주 유사하므로 링크를 통해 다운받아서는 안된다.

- 가장 좋은 방법은 문자나 카카오톡의 링크 자체를 누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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