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큰 일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네가 지금 이렇게 병으로 고통받는 것은 너를 강하고 위대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님의 시험이다.'
위 문구는 심한 천식과 근시로 불행한 나날을 보내는 한 소년에게 아버지가 늘 하던 말이었다. 소년은 자신 앞에 놓인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몸을 단련하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하버드대학, 미국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까지 오르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이 소년이 바로 미국의 국력 신장을 이끈 시어도어 루스벨트이다.
클래식에도 이처럼 현실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역경을 이겨낸 불굴의 작곡가들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 아니하는 어려움에도, 이들은 불후의 명곡들을 남겨 우리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두통은 음악적 모티브
러시아 5인조(알렉산더 보로딘, 세자르 큐이,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정신적 지주였던 밀리 발라키레프(1937~1910)는 일생동안 만성 두통에 시달렸다.
실제 대지주의 부유한 집안 출신인 발라키레프는 이슬라메이, 교향곡 1, 2번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곡가로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한 편이다.
무소르그스키는 발라키레프의 지도로 작곡가의 길에 입문했으며, 음악가 이기 이전에 화학자로 명성을 얻은 보로딘은 4살 연하의 발라키레프를 음악적 스승으로 모시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차이콥스키는 5인조 멤버에 들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작곡 성향의 대립 관계에 있었음에도 그의 대표곡 1812년 대 서곡을 쓰는데 발라키레프의 조언 많이 받아들여 명곡을 탄생시키게 된다.
발라키레프는 5인조 음악가들 뿐만 아니라 당대 러시아 음악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음악적 영감을 주거나 작곡 스타일에 깊숙이 연관되어 있었다.
그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밀려오는 두통을 이겨가며 스승으로 조력자서 러시아 음악사에 한 획을 긋고 있다.
◇듣지 못하는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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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판 베토벤은 교향곡 9번을 만들 당시 그동안 진행돼 온 청각 상실이 심각해져 거의 듣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교향곡 9번 세계 초연 당시 베토벤은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를 듣지 못했지만, 이러한 청각 장애는 위대한 음악가에게는 그저 단순한 지병에 지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 비결은 스코어만으로도 음악적 감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데다, 완성된 오케스트레이션마저도 그의 머릿속에서 이미 완벽한 울림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후일 임종을 앞둔 베토벤을 찾아온 슈베르트는 병상에서 울고 있는 그에게 "왜 그러느냐"라고 물었고, 양손에 헨델의 오라트리오 '메시아'의 스코어를 들고 있던 베토벤은 "너무 아름다워서..."라고 말했다 한다.
프랑스 근대 음악가로 라벨의 스승이었던 가브리엘 포레도 말년에 동맥경화로 인한 청각 장애를 겪게 된다. 이 증세는 1903년 경부터 시작돼 1924년 사망할 때까지 그를 괴롭혔지만 그 고통을 창작으로 승화시켰다.
포레는 나이가 들수록 창작력이 떨어져 불행한 말년을 맞는 여느 작곡가와 달리 16살 때인 1861년 첫 작품인 '꽃과 나비'를 시작으로 만년인 79세에 '현악 4 중주곡 E단조'를 발표하며 63년 동안 꾸준한 작곡 활동을 보여줬다.
그는 나이가 들어 쇄약 해지는 육체와 반비례 해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젊고 왕성한 감수성을 과시하며 명작들을 만들어 냈다.
◇안 보여도 잘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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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벌 렌시아 태생인 작곡가 호아퀸 로드리고(1901~1999)는 세 살 때 디프테리아를 앓은 후유증으로 실명되어 일생을 앞을 보지 못했지만, 실명 후 더욱 예민하고 활성화된 음악적 재능을 십분 꽃 피우며 현대음악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기게 된다.
로드리고는 마법사의 제자로 유명한 폴 뒤카의 제자가 된 것을 계기로 음악가로서의 탄탄한 토대를 다진 뒤 신고전주의 성향에 민속적인 색채의 음악을 발표해 스페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고, 1991년 에스파냐 국왕 후안 카를로스로부터 아랑훼즈 정원의 후작 칭호를 하사 받았다.
기타 협주곡 '아랑훼즈'로 스타가 된 로드리고는 이 곡을 작곡가 이자 기타 명연주자였던 사인스 마사에게 헌정했고, 이에 마사보다 세 살 연상이면서 당대를 주름잡던 기타 연주의 거장 안드레스 세고비아가 불편한 심기를 보이자 그를 달래기 위해 '어느 귀인을 위한 협주곡'을 만들었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전한다.
로드리고는 기타 여주의 명가인 로메로 4 부자(부 : 셀레도니오, 자 : 셀린, 페페, 앙헬)와 연결되며 4대의 기타로 동시에 연주하는 안달루시아 협주곡이라는 걸작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많은 음악가들이 자신 앞에 놓인 역경에도 굴하지 아니하고, 세계사의 빛나는 족적들을 남겨왔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우리 사회에 있어, 이들의 불굴의 행보가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라며 짧은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