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클래식(1)
여름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에게 ‘바다’는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다른 계절과 달리 여름이 보다 생동감 넘치는 이유는 많은 이들이 고된 삶을 파도에 날리고 희망찬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하는 ‘바다’의 존재 덕분이다. 바다는 저마다의 사랑과 이별을 따로 갖은 채 사라짐과 나타남을 반복하는 아득한 미래를 품고 있다.
그렇다면 내면적 세계의 변화를 색채로 표현한 인상주의 작품들을 써 온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 프랑스)는 바다(La mer)를 어떻게 생각하고 음악으로 담아냈을까?
▶ 바다를 작곡한 배경!
드뷔시가 두 번째 부인인 '엠마 바르닥'과의 열렬한 사랑의 결실로 1905년에 탄생시킨 '바다'는 그 해 발표된 피아노 모음곡이자 3번 ‘달빛’으로 유명한 '베르가마스크'와 함께 드뷔시의 대표작이다. 인상주의파이던 드뷔시는 가쓰시가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바다의 파도 아래’라는 우키요에(풍속)를 본 뒤 이 곡을 썼다고 한다. 정적인 분위기의 후지산 주변으로 쉼 없이 몰아치는 파도를 표현한 이 그림은 드비쉬의 ‘바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바다(La mer)’는 3개의 교향적 소묘라는 부제가 달렸으며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관현악 곡이다. 드뷔시는 여기에서 끊임없이 변하며 모습을 바꾸는 바다의 순간순간을 한데 어우르는 음악 색채를 통해, 오케스트라의 유동적 움직으로 표현하려는 인상주의 음악적 시도 들을 망라해놨다.
▶ 곡 이해하기!
이 곡은 푸른 바다의 수면에서부터 심연까지 오가며 느껴지는 듯한 미묘한 색감의 차이 정도로 와닿는 곡의 모호성, 음계의 다양함과 조성의 변화무쌍에 따라 초심자들은 아름답다는 느낌보다 묘한 감정의 교차를 경험하게 된다.
색채의 마법사 드뷔가 피아노 모음곡으로 작곡한 베르가마스크 중 세 번째 곡 '달빛'이 많은 음악 애호가의 사랑 속에, 심금을 울리는 검푸른 색감을 풍기고 있다면, '바다'는 푸른 색감을 바탕으로 파도·소리·빛·구름·바람으로 인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를 잘 묘사한 명곡이라 하겠다.
드뷔시는 각 악장별로 부제를 붙였는데 1악장 '바다의 일출에서 한낮(정오)까지', 2악장 '파도의 희롱', 3악장 '바람과 파도의 대화'이다.
- 제1악장 바다의 일출에서 한 낮까지는 새벽의 수평선에서 붉은 해가 떠오르기 시작해 정오가 되기까지의 바다의 변화하는 모습을 풍경화처럼 묘사하고 있다.
- 제2악장은 파도의 희롱은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부분으로 파도가 지속적으로 물보라를 뿜어내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담았다.
- 제3악장 바람과 바다의 대화는 폭풍우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압도적인 주제가 던져지면서 어두움과 밝음의 대비하며 혼돈 속에 요동치고 있다.
▶ 곡을 더 즐겁게 듣기 위한 TIP
여기서 한 가지 감상 팁을 드리자면 드뷔시와 같은 시대 활동하던 후배 음악가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년, 프랑스)가 이 곡의 1악장을 감상한 후 "11시 45분쯤이 가장 좋았다"라고 촌평한 부분이다. 그 뜻은 1악장의 일출부터 아침까지는 귀에 쏙 들어는 느낌이 아닐 거라고 위로하며, 한 낮 부분(11시 45분쯤)에 이르러서야 확연해지는 멜로디와 템포에서 비로소 감흥 할 거라는 의미의 조언이다. 물론 이런 조언을 듣지 못한 채 곡을 접했던 저자도 지금은 사티의 촌평에 200% 공감하며, 당시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을 선명하게 떠올리곤 한다.
드뷔시는 이곡에 대해 "상기네르 섬들의 아름다운 바다, 파도의 유희, 바람이 바다를 춤추게 하네"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이 음악은 비물질적이며 그 본질상 엄격하고 전통적인 형식 속에 들어가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미래도 '바다‘와 같다. 지금 보이는 모습만으로 정해진 형식적인 틀에 맞추어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성공이라 여겨지던 모습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기도 하고, 실패했다 좌절했던 순간이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높아지기도 한다. 미래를 단정 짓기보단 그때 그때마다 정해진 형태 없이 다양한 파고들을 품은 채 푸른 미래를 꿈꾸었으면 한다. 그것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를 추천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