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클래식(2)
르네 마그리트 작품 ‘대 가족’
강가에 살얼음이 표면에 맺히는 겨울이면 땅 위에 생물들은 떠나거나 자취를 감춘다. 이와 달리 우리를 찾아오는 손님 또한 있으니 바로 철새들이다. 그들이 있기에 눈 아래 메마른 겨울은 조금이나마 생기로 빛이 난다. 산과 바다로 막힌 지상과 달리 겨울에도 창공을 가로지르는 자유로움이 부러워 인간은 그토록 새들을 동경한 듯하다.
클래식에도 새와 관련된 작품은 종종 보인다. 하이든의 ‘종달새’, 비발디의 ‘사계’,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등 익숙한 곡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클래식 작곡가 중 새라는 분야에 있어 일인자를 뽑는다면 ‘올리비에 메시앙’이라는데 의문을 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드비쉬 이후 프랑스의 자존심’ ‘현대음악으로 넘어가는 총렬 주의의 선구자’라는 타이틀보다도 ‘조류 학자’라는 명칭이 어울리는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은 누구이며 그가 표현하는 새들의 소리는 어떠할까? 새덕후 작곡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검은 티티새를 작곡한 배경!
폴 뒤카에게 사사를 받은 메시앙은 11세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여 20세까지 대위법, 음악사, 오르간, 작곡에서 모두 수석을 거머쥐는 천재였다. 그러나 그는 당시에 인기가 보장된 신고전주의와는 거리를 둔 채 혁신적 음악을 추구해왔으며, 나아가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총렬 주의라는 새로운 풍조에 기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조옮김이 한정적인 선법’이라는 자신만의 기법까지 만들어낸 메시앙은 50년대에 들어서자 진보의 영역보다는 자신 개인의 관심사 세계로 눈을 돌린다.
이미 젊은 시절부터 틈틈이 기록해 놓은 새의 소리를 클래식화 하는데에 본격적으로 마음을 두고는 작곡에 몰두한다. 그리고 여기서 탄생한 곡이 ‘Le merle noir’ 검은 티티새(검은지빠귀)이다. 본래 이곡은 그가 졸업한 파리 음악원(콘서바토리)이 주최한 콩쿠르가 플루트 시험을 위해 작곡한 곡으로 성공적인 초연을 가지게 된다.
1952년 발표된 이곡을 기점으로 새의 맛에 빠져 버린 그는 이후 죽을 때까지 새의 소리를 수집하고 음악회 하는데 일생을 헌신한다. 플루트와 피아노 협주곡인 검은 티티새는 조류학자인 메시앙의 도화선 같은 곡이라 할 수 있다
곡 이해하기
유럽에서 자주 연주되는 이곡은 처음 듣는 이로 하여금 ‘불협화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할 것이다. 이곡의 플루크 소리는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1,2번과 같이 휴게실 화장실에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선율의 새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야간 공부로 피곤함이 극에 달 했을 때 들었던 찢어질듯한 날것 그대로의 새소리와 같다.
그러나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인내심을 가지고 듣다 보면 검은 티티새가 얼마나 아름다운 곡인지 알 수 있다.
피아노와 합주를 지나 다시 나오는 플루트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어두운 밤하늘 아래 정원에서 고요히 티티새가 우는 소리를 감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메시앙은 인위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보다는 자연 그대로에서 새들의 소리를 음악화한 인물이다. 화성이 표현해내는 소리보다 음악 자체의 내면을 중시하는 그의 의도를 알고 듣는다면 기존 클래식을 듣는 것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곡을 더 즐겁게 듣기 위한 TIP
검은 티티새란 곡은 사실 접하기 굉장히 어려운 곡이다. 유럽에서는 많은 연주가 이루어지나 우리나라에서메시앙의 곡은 아직 생소하다. 그나마 정명훈이 지휘해 유명해진 그의 유일한 교향곡 ‘투랑갈릴라’와 간편하게 듣기 좋은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연주되는 상황이다. 다행히 유튜브에 2015년 대관령 국제음악제에서 저명한 연주가 플루이스트 타라 헬렌 오코너에 의해 연주된 ‘검은 티티새’가 있어 아름다움을 배로 즐길 수 있다.
메시앙은 이후로도 새와 관련된 수많은 곡들을 발표하였다. 그는 80년대까지 자그마치 321종이나 되는 새들을 등장시킨다. 그중 ‘새의 카탈로그’라는 곡은 13개의 악장 속에서 3시간 동안 수많은 새들의 각기 다른 환경에서 다른 시간대에 소리를 녹음한 곡이니 그의 새에 대한 덕후 열정은 바흐의 종교 열정에 견줄만하다.
몸과 마음이 모두 얼어붙는 추운 겨울. 새의 소리를 그대로 음악화하는데 헌신한 덕후 메시앙의 음악을 들으며 상상해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간 어떨까? 그의 열정이 녹아든 새소리를 듣다 보면, 겨울철 우리를 찾아오는 철새처럼 각자의 내면 속 깊은 곳에서 나만의 새들이 찾아와 우리에게 생기를 북돋아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