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과 클래식 - 7월 17일
추천곡 : 하이든의 77번 '황제'
제헌절.
어린 시절에는 막연히 쉬는 날 중 하나인 제헌절이 어느새 73주년을 맞이하였다. 2008년 공휴일에서 해제된 이후로 많은 관심도가 줄었지만, 제헌절은 국경일 중에서도 국가의 근본이 되는 중요한 날이다.
제헌절은 7.12에 헌법을 만든 후, 이성계가 음력으로 즉위한 조선의 건국일을 계승해 17일에 제정 및 공포한 뜻깊은 날이다. 36년간의 일제강점기 이후 3년간의 미군정기를 끝마치기 전, 국가의 기틀인 헌법이 공포되고 나서야 우리는 우리만의 민주국가를 수립하게 되었다.
당시에 헌법은 타 국가에 모든 헌법의 장점만을 조합하여 가장 세련된 신법이었다. 0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한 대한민국이었기에 제헌절은 우리의 ego이자 독립운동을 거쳐 드디어 터위에 세운 주춧돌이라 할 수있다.
이렇게 중요한 제헌절에 소개하고픈 곡이 바로 요셉 하이든(1732~1809)의 현악 4중주 77번 '황제' 다.
현악 4중주는 흔히 '현자들의 대화'라고 표현되는데 하이든은 이러한 형태의 음악에 대해 깊은 애착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하이든의 현악 4중주 곡들 중에 대표적으로 오늘날까지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 53번 '종달새'와 함께 바로 '황제'다.
이 곡은 전체 4개의 악장의 형식이며, 1악장 알레그로는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2악장 포코 아다지오 칸타빌레는 애국적 감성이 넘치는 아름다움으로, 3악장 미뉴에트는 밝고 아기자기한 무곡처럼, 4장 프레스토는 강렬하고 박진감 넘치는 곡으로 구성됐다.
이 곡이 만들어진 배경을 살펴보면
1789년 나폴레옹의 공격을 받던 신성로마제국에서 하이든은 프란츠 2세 황제를 위해 가곡 '신이여 황제를 보호하소서'(Gott erhalte Franz den Kaiser)를 작곡해 1797년 발표했다.
애국적인 의미가 담긴 이 '황제 찬가'는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었고, 2월 12일 프란츠 황제의 생일을 기념해 오스트리아의 국가로 공식 선포됐다.
이 곡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강했던 하이든은 후에 현악 4중주 77번 2악장에 이 선율을 주제로 사용했으며, 이 주제를 바탕으로 네 곡의 변주곡을 양식을 취하면서 황제 프란츠 2세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듯 경건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이 곡이 '황제'라고 불리는 게 됐다. 다만 프란츠 2세는 이후 1804년 나폴레옹에 대패하여 신성로마제국 대신 오스트리아 제국을 설립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1809년에도 패배하여 군대는 해체 수순을 밟고, 1810년엔 자신의 딸을 나폴레옹에게 시집보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프란츠 2세는 끝까지 절치부심하여 라이프치히 전투를 통해 프랑스군을 독일에서 몰아내고 독일 건국에 최초의 씨앗이 되어주었다.
이러한 배경 덕에 독일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이곡을 국가로 선정하였고, 나치 이후로는 1,2절을 제외한 3절 만을 독일 국가로 쓰고 있다
하이든은 조국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이 곡을 여생을 다하도록 특별히 좋아했으며,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까지도 수 차례에 걸쳐 이 곡을 연주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그의 마지막 음악활동이었다.
어찌 보면 제헌절에 맞는 곡이란 이야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도 있으나, 한 국가의 기초가 되는 주춧돌로서 헌법이 역할을 하듯 지금의 독일이 있기까지의 '황제'가 가지는 비중을 볼 때 가장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점차 잊혀 가지만 절대 잊어서는 아니 될 우리의 제헌절에 '황제'를 소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