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과 클래식(7) - 10.1 국군의 날 기념
추천곡 : 존 필립 수자 'Semper Fidelis(언제나 충성)'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군의 날의 존재는 알 지언정 그 의의에 대해서는 생소한 경우가 많다. 나 역시 학생 시절에는 단순히 어린이날처럼 대한민국 군대를 기념하는 날로만 생각해왔다. 그리고 입대 이후에는 단순히 육군 제3 보병사단이 3.8선을 진격한 날짜였기에 국군의 날이 10월 1일인 줄 알았다. 그러나 여러 자료와 신문 기사를 찾아본 이후, 10.1이라는 날짜는 단순히 국군을 홍보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3.8선을 넘었다는 사실에 국한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본래 1956년 이전까지만 하여도 육군은 미군정 시기에 남조선 국방경비대가 창설된 1월 15일을 따랐다. 그리고 해군은 45년 조선 해안 경비대의 전신인 해병 병단의 창 설인인 11월 11일, 공군은 육군에서 분리된 10월 1일을 각자 기념일로 챙겼다. 이후 해병대 역시 4월 15일 부대 창설일을 기념일로 하며 각자 서로 다른 날짜를 기념일로 정해왔다. 이후 이승만 대통령은 1956년 9월 육해공군 기념일에 관한 건을 폐지한다며 전군의 기념일을 10월 1일로 지정하게 되었다. 10월 1일로 정한 것을 두고 3 보병사단이 38선 을 진격한 날짜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란 이 설은 국군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입장이 아니다.
국회에 제출한 국방부 군사편찬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 된 이유는 한국군이 3군 체제를 완성하게 되었기에 의결된 사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3군 체제가 완성되며 비로소 우리의 군대가 참모습으로써 시민을 지키는 ‘군대’로써 신뢰감을 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신뢰를 통해 조선시대까지는 중국에게, 36년간 일본에게 힘없이 무너지고, 건국 이후 3년 간 민족 간의 전쟁으로 항상 안보위기 속에 살던 우리가 드디어 자주국방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10월 1일에는 이러한 매우 큰 의미가 있기에 지금도 앞으로도, 더 나아가 통일 이후까지도 잊지 않아야 할 중대한 기념일이라 생각한다.
국군의 날과 같이 중요한 기념일에 추천하고 싶은 곡은 미국 ‘행진곡의 왕’ 존 필립 수자의 ‘semper fidelis – 언제나 충성’이란 곡이다. 이 곡은 미국 영화에서 해병대가 나오는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곡이기 때문에, 제목을 모르는 사람도 한 번만 들으면 모두가 ‘아 그 곡!’ 할 정도로 유명한 행진곡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악밴드와 군악대에서 자주 연주되는 곡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곡을 추천한 이유와 작곡가 존 필립 수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존 필립 수자(John Philip Sousa, 1854년~1932년)는 포르투갈인 아버지와 바바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인으로, 1854년 11월 6일에 수도 워싱턴에서 출생했다. 해병대의 트롬본 주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10세 때부터 바이올린과 화성학을 배웠다. 16세 때부터 극장 전속 관현악단의 수석을 맡으며, 지휘자와 바이올린 주자로서 활동했다. '호프만의 뱃노래'로 유명한 오펜바흐가 1876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22세의 나이로 그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마스터를 맡아 주목받기도 했다.
나름 천재성을 인정받은 그는 1880년(26세) 워싱턴의 미국 해병대의 악장으로 활동하는 한편, 뛰어난 작곡 실력도 유감없이 발휘하며 1897년 '성조기여 영원하라', 1889년 '워싱턴 포스트', 1890년 '사관후보생' 등 많은 행진곡과 오페레타를 작곡했다.
그는 1892년 미국 해병대 악장직을 사임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재복무해 군악 소령으로 진급해 활약했다. 은퇴 후 수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수자 취주악단'을 조직해 1932년 3월 6일 78세의 고령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미국 순회공연을 갖는 한편, 5회의 유럽 연주 여행도 다녔다.
수자는 당시 서양 음악사의 변방이던 미국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작곡가 중 한 명이었다. 미국민요의 아버지 스티븐 포스터(1826년~1864년)가 활동했던, 수자 이전의 미국은 유럽 유명 작곡가들의 쇼케이스 장으로 각광받을 만큼 무주공산이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로소 수자가 활동한 이후에서야 미국에는 퍼드 그로페, 조지 거쉬인, 아론 코플랜드와 같이 재즈와 아메리카의 토속적 요소를 주 무기로 장착해 세계에 명함을 내민 토종 작곡가들이 본격적으로 배출되었다.
그런 과도기적 기점에 서 있는 수자는 대곡 중심의 그랜드 뮤직은 아니지만, 걸출한 행진곡과 유쾌한 오페레타를 통해 미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선봉에서 활약했다. 수자의 행진곡 중심의 작곡 성향은 마침 세계 대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다.
밴드 음악의 거장으로 작품의 리듬과 악기 편성의 조화가 매우 뛰어나 호평을 받는 136곡의 행진곡 작품을 작곡해 '행진곡의 왕'으로 불린 수자는 지휘자로도 활동하며 극적인 요점을 박진감 넘치게 표현하는 군악대 지휘자로도 이름을 날렸다.
튜바를 개량한 악기 '수자폰'으로도 유명한 그의 생애는 온통 행진곡 작곡과 연주로 점철이 됐다고 해도 지나치진 않다. 그의 작품은 서부 개척의 도전적인 미국적 정서를 표현하며 경쾌하고 용감이 넘치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앞에서 언급한 곡들 외에도 대표적인 행진곡은 '셈버 피델 레스', '킹 코튼', '엘 캐피탄', '자유의 종', '미(美) 중의 미' 등이 그의 명성을 드높였다.
136곡 중 수자의 자타공인 최고의 곡으로 인정받은 곡이 바로 Semper Fidelis(언제나 충성)이다. 군악 대장으로 활동할 시기에 작곡한 이 행진곡은 미국 21대 대통령 체스터 아서의 요구로 만들어진 곡이다. 당시 스코틀랜드의 전통민요 ‘뱃노래’를 모티브로 한 hail to the cheif란 곡이 대통령에 경례곡으로 쓰이자, 이를 못마땅에 한 아서 대통령은 두 개의 작품을 쓸 것을 요구했다.
이에 첫 번째 곡 ‘presidential polonaise’ 이후 쓴 곡이 1888년 Semper Fidelis ‘언제나 충성’이다. 수자는 이 곡에 대해 해병대 동료들이 해병대 찬가를 부르던 어느 날 밤 눈물을 흘리며 작곡하였다며, 미국 해병대에 헌정한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듯한 서주부를 가진 이곡은, 트럼펫과 드럼을 통해 유쾌함과 동시에 ‘왼발’을 외치며 발을 맞추는 군대의 모습을 담은 듯한 후반부로 연결되며 매력을 뽐낸다. 수자 자신조차 최고의 행진곡이라 뽑은 ‘언제나 충성’은 이후 전 세계 악단에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그의 장례식에서도 미국 해병대 군악대는 이 곡을 연주하며 행렬을 이끌어 왔다.
이러한 뛰어난 배경이 Semper Fidelis(언제나 충성)을 국군의 날에 추천하는 이유이다. 언제나 충성이란 제목처럼 시민에게 있어 ‘언제나 충성’이란 자세는 군대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또한 이에 더불어, 행진곡 ‘언제나 충성’과 같이 우리 국군도 시민에게 친숙함과 신뢰감을 주고 더불어 다른 나라가 우리에게 배우며 국군의 위상이 높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수자의 가장 유명한 곡을 국군의 날에 추천하고자 한다. 비록 육군‧해군‧공군의 3군 형태로 나누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가 가진 역량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국군 역시 '언제나 충성'처럼 타국가에 있어 높은 위상을 가질 것이라 확신한다.
73주년을 맞이하는 ‘국군의 날’. 무엇보다 우리 국가를 보존해주시고 현재에 대한민국 있기까지 희생한 국군 장병들을 추모하는 게 선행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지금의 국군이 국군의 날 제정 의의처럼 ‘대군 신뢰감 고치와 민‧군 유대 강화로 자주국방과 안보의식을 고양’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군이 시민에게 ‘언제나 충성’하며 친근하고 모범이 되는 국군이 되고, 우리 또한 이들을 존중할 수 있는 새로운 발걸음이 되길 간절히 응원하며 국군의 날 기념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