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왜곡하는 우리의 본능

Factfulness: 우리가 오해한 세상,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by 강민혁

* 이전 글에서 세상을 왜곡하지 않고 온전히 바라보는 눈의 필요성에 대해 포스팅했습니다. 이전 글에는 재밌는 테스트도 있고, 본질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와 이 책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이전 글을 읽지 않아도 크게 무리는 없지만, 이 글은 앞선 글을 읽었다는 전제하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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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모든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현실만을 본다.

- 율리우스 카이사르




심리학에는 확증편향이라는 용어가 있다. 자신의 견해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취하는 성향, 반대로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둘러보지 않는 성향이다. 사실상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성향"이다.


한스 로슬링의 <Factfulness>는 이렇게 우리가 세상을 왜곡하는 데에는 의도치 않게 10가지의 본능이 개입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무언가에서 그 사고가 유발된 이유를 붙이고, 우리가 빠져있는 편견의 함정에 각각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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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그에 따른 우리의 잘못된 본능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에 그 모두를 담기에는 지면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 10가지 본능 중에서 특히나 우리 사회에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4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 간극 본능


'세상은 둘로 나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 '흑백논리'로 사고하는 본능. 그것이 바로 간극 본능이다. 사실 세상은 굉장히 복잡하고 양극이 아니라 그 중간이 대다수인데도 불구하고, 간극 본능은 어떻게든 두 개의 범주로 세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본능이다. 이 책에서는 거시적으로 세상을 바라봤을 때, 간극 본능이 우리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중 우리의 편견으로 사례로 든 것이 각 국가들의 경제 및 생활수준이다.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높은 수준의 경제력과 문화 수준을 갖춘 국가에서 살고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사실 탄자니아와 나미비아, 그리고 가나와 튀니지 등 각국의 격차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저 단순히 우리보다 훨씬 '가난한 나라'라는 프레임으로 묶어놓고 있을 뿐이다. 사실 그들 사이의 격차는 그들에게 있어 극적인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그들 또한 간극 본능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이 전달하려는 이야기를 '서로 반대되는 두 부류의 사람들' 혹은 '반대되는 두 시각과 집단 사이의 갈등'으로 구성한다. 이들은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서서히 더 나은 삶으로 편입되는 이야기보다, 극빈층과 억만장자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전개 방식은 우리의 간극 본능을 더욱 극대화시킬 뿐이다.


간극 본능은 우리가 '그들이 현재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초점을 두지 못하게 만들고, 나아가 '그 국가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를 보려는 미래지향적 사고를 억제한다. 이러한 잘못된 본능은 특히 세계를 무대로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사업가나, 국가의 미래 계획을 수립하는 국회의원 등의 공무원들 같은 경우에 굉장히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세상은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최빈국조차도 수십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1965년만 해도 개발도상국들에서는 새로 태어난 아이들의 많게는 50%, 평균적으로는 30%가 5년을 살지 못하고 사망했다. 즉, 태어나서 5살이 되기 전에 죽는 인구가 100명 중 30명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가난한 국가조차도 15% 이하이며, 몇 개의 나라를 제외하고는 모든 나라가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이 10% 미만이다. 그들 중 대다수가 5% 미만인 것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이 수십 년 동안 극적인 발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위 수치는 2017년 기준이다.)


간극 본능을 보여주는 많은 수치 사례들이 책 속에 있었지만, 지면의 제한 상 생략하겠다.


위와 같은 지표는 세상은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말해준다. 물론 아직도 안타깝게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고, 반드시 그들의 삶의 질은 성장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지원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는 '인류는 현재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세상을 지나치게 비극적으로 바라보는 행위를 멈출 필요가 있다.


간극 본능은 우리에게 분할을 연상케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실체는 완만한 다양성에 불과하고, 차이를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수렴하는 차이며, 갈등을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합의에 이르는 갈등이다. 여러 본능 중 간극 본능을 가장 먼저 거론하는 이유는 이 본능이 우리에게 매우 흔하고, 데이터를 근본적으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 한스 로슬링





- 공포 본능


공포는 정상적인 판단을 어렵게 하고,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킨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공포이다. 뉴스 생산자가 우리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시하기 위해 주의를 사로잡는 (그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공포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다.


수년 전 언론에서 야기한 '먹거리 X파일의 대왕 카스텔라 논란', '폐타이어 홍합 논란' 등은 국민들의 공포 본능을 자극했고, 성공적으로 해당 시장을 파괴했다. 이것이 잘못된 정보 및 과장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공포 본능에 이끌려 언론이 바라는 양상을 그대로 만들어 주었다. 후에 전문가들이 해명을 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로 일관해도 그들은 관심조차 기울여주지 않을뿐더러, 이미 시장을 되살리기에는 많은 무고한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음주운전에 의해 발생하는 사망자가 테러에 의해 사망할 확률의 50배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 본능을 자극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실제로 '테러'라는 사건 자체가 극적인 사건이다 보니, 정작 실제 더 많은 사상자를 만들어내는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훨씬 낮은 수준의 위험인지를 보인다.


실제로 사람이 사망하는 이유를 총사망자에 대한 비율로 살펴보자. 자연재해는 0.1%, 항공기 사고는 0.001%, 살인은 0.7%, 방사성 물질 유출은 0%, 테러는 0.05%이다. 이들을 모두 더해도 1% 채 되지 않지만, 언론은 위와 같은 극적인 사망 사건에 집중한다. 물론 사망률이 낮더라도 더 줄이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사례는 공포 본능이 우리의 관심을 얼마나 왜곡하는지 잘 보여준다.


'공포'와 '위험'은 엄연히 다르다. 무서운 것은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정말로 위험한 것에 진짜 위험요소가 있다. 진짜 위험한 것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에 지나치게 주목하면, 즉 공포에 지나치게 주목하면 우리 힘을 엉뚱한 곳에 써버릴 수 있다.

- 한스 로슬링





- 단일 관점 본능


세상은 참 복잡하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간은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을 설명하고 싶어 한다. 이 복잡한 세상을 설명하고, 자신의 이념이나 욕망에 걸맞은 명분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들이 본능적으로 채택한 방식은 단일 관점 본능이다. 쉽게 말해 코끼리의 다리만을 만지고 전체를 설명하는, 복잡한 무언가를 단순한 한 가지만으로 설명하려는 본능이다. '자신의 주의를 사로잡는 하나의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해서, 그것이 다른 많은 것을 훌륭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오만은 사회에 만연하며, 세계를 완벽하게 오해하게 만든다.


단일 관점 본능은 다양성에 대한 무지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다. 세상이 내포한 다양성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무지라는 것은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도, 각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라 불리는 지식인도, 세계를 이끄는 지식인도 해당될 수 있으며, 오히려 그들이 단일 관점 본능에 빠지기에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아이에게 망치를 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가치 있는 전문성을 지닌 사람은 그 전문성을 활용할 곳을 찾고 싶어 하기에, 망치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두드려본다. 자신의 전문분야라는 망치로 세상의 모든 것을 그에 맞는 못으로 보기도 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해결책은 없다. 세상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다양한 시선으로 보는 것이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사람은,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과연 자신이 가진 지식이 세상을 전부 설명하는 열쇠인 양, 오만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까?


단일 관점 본능을 억제하려면 망치가 아닌 연장 통을 준비하라.

- 한스 로슬링





- 비난 본능


집단이나 개인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누군가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고, 자신은 책임이 없으며 단순히 그 대상의 악의성을 탓한다. 비난 본능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이유를 너무나도 단순한 근거에서 찾으려는 본능이다. 이 본능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상황을 흐리고, 일순간 비난의 화살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뿐,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새로운 갈등만을 유발하고 만다.


이 책에서는 세계에 만연한 다양한 비난 본능의 예시를 이야기하며, 비난 본능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는 그 예시를 소개하는 것보다, 현재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예를 들고자 한다. (이 책의 초판 날짜가 2019년 봄이기 때문에, 나는 2020년 현재의 이슈로 비난 본능을 재고해보자 한다.)


2020년 8월 현재 코로나 19라는 질병이 세계를 휘감고, 몇몇 나라에서는 확진자 수가 계속 증가하며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반년 이상 장기화되고 있다. 최초 확진자는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질병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코로나의 높은 전염률은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누적 확진자만 532만 명이며, 매일 수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한다. 사망자는 16.8만 명에 달한다. 미국 전역에 코로나가 발발한 시점에, 민심을 붙잡아야 하는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비난 본능을 끄집어내었다.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며, 대대적으로 중국의 코로나에 대한 무책임한 대처가 현재 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물론 코로나 발생 초기에 중국은 확진자 데이터를 은폐하고, 코로나 확산을 꽁꽁 숨겨놓으려 했고, 그로 인해 코로나의 확산을 조기에 제압하지 못하여 상황을 악화시켰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생각을 좀 더 뒤집어 보자. 사실상 미국 국민들이 중국을 비난한다고 해서 병이 낫고, 확산을 진압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들은 중국에 비난의 화살을 쏟는가.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가 있겠지만, 그 당시 미국의 의료 시스템 붕괴와 그제 꺼 개선되지 않았던 의료 보험 문제들과 같은,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들을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어내기 위함이라 본다. (실제로 기사를 찾아보면 미국에서 코로나 확진자수가 급증하여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혼란의 4월, 5월 이후로는 중국에 대한 비난 기사가 눈에 띄게 줄었다.)


대한민국은 오히려 중국과 굉장히 가까워, 미국에 확진자가 많아지기 전에 대구 신천지 사건으로 크게 확산되어 엄청난 속도로 확진자가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서 코로나 진단을 위한 키트가 이미 양산되고 있었고,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을 필수 화하였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염될 수 있는 경로를 최소화하며,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여 접촉자 전수조사를 하며,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검사 횟수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많은 의사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의료지원에 뛰어들었다. 거기에는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과 시민의식이 기반이 되어있었다.


놀랍게도 확진자는 점점 줄었고, 조기 발견 및 조치로 치사율은 전 세계에서 최저 수준이며, 아직도 큰 위기인 여타 국가들과는 꽤나 다른 양상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은 간간히 여러 사건들로 인해 확진자 수는 다시 늘어나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본질에 집중한 결과이다.


물론 대한민국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비교적 발 빠른 체계적 대처였다는 것에는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의 도로 그런 말을 뱉었겠지만, 우리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난이 답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고 기존 시스템에서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 충실성은 지금 희생양이 이용되고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개인을 비난하다 보면 다른 이유에 주목하지 못해 앞으로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힘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비난 본능을 억제하려면 희생양을 찾으려는 생각을 버려라.

- 한스 로슬링




- 현명한 사회로 한 발자국


이 책에 나온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 중 4가지밖에 소개하지 못했지만, 다른 6가지도 정말 유의해야 하는 우리의 사고 본능이다. 책에는 잘 정리된 도표와 수치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서평에 싣기는 어려움이 있어 꼭 이 책을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내 꿈은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책을 통해 낡은 교육들도 어딘가에서는 새 것으로 업데이트되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보는 현명한 시각'을 선물해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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