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잘 찍는 편에 속했다.
LG에서 나온 스마트폰과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하나를 들고 곳곳을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사진을 찍고, 보정을 하고, 인터넷에 올리고 사람들과 피드백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렇게 나는 많은 사진을 찍으며 다녔다.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원초적인 이유 중 하나는 타고난 '호기심'일 것이다.
호기심이 있으니, 배경이든, 물체든, 사람이든 그것이 나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고, 내가 사진을 찍어서 기록으로 남겨 놓았다고 생각하여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져 사진을 찍은 것이다.
다행히도 사진을 꽤 잘 찍었고, 흔하지 않은 장면들을 잘 포착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었다.
사람들은 같은 장소에 있더라도, 모두 다른 장면을 포착한다.
꽃을 보는 사람이 있고, 산을 보는 사람이 있고, 구름을 보는 사람이 있고, 사람을 보는 사람이 있고, 건물을 보는 사람이 있고, 그 장소에는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사람도 있다.
나는 주로 자연 그 자체와 그로부터 느껴지는 감정을 포착해서 사진에 담았다.
나의 타고난 감각을 인지한 것은 분명히 같은 장소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포착하지 않은 것들을 나는 포착한다는 것을 여러 번 겪으면서이다.
그것이 나만의 시각이었고, 나만의 감각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닫기는 했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 발전시키고, 단련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어야 했었는데, 나는 그 시간을 내팽개쳐두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타고난 감각이라고 하더라고, 단련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그 감각은 퇴화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도 있다.
최근 몇 년 간은 회사에 적응하고, 일에 치여 사느라, 사진을 찍는 활동을 내팽개쳐두었다.
카메라 케이스는 열어봤는지 기억나지도 않고, 여행을 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었을 때의 감각이 떨어지고 있다고 스스로도 느껴진다.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던 때에는 일상을 여행처럼 살고자 다짐했는데, 어느새 일상이 그저 일상이 되어버린 인생을 살고 있다고 내 몸과 마음이 계속 말해주고 있다.
호기심이 생기는 일이 줄어들고,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익숙한 곳만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예전만큼 나의 시야에 포착이 되는 장면이 나타나지 않고, 아주 가끔 포착하더라도 그것을 그냥 지나쳐버리기도 한다.
마음의 소리라고 하지 않는가?
요즘 특히나 나의 마음이 계속 나에게 메시지를 주고 있다.
마음에서 자꾸 목소리를 나온다. 이제는 다른 방향을 찾을 때라고.
나의 타고난 감각과 호기심을 버리지 말라고.
그래서 요즘 고민이 정말 많다.
그리고 안다. 이 수많은 고민은 사실 하나의 행동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수많은 걱정과 고민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고 나면 쓸모없었던 고민이었다는 것을.
결국 이미 자기 자신이 다 알고 있으며, 행동을 내리기를 주저하고 있을 뿐이다.